승계 속도 내는 한화그룹, 남은 과제는 '옥상옥' 해소

한화 3형제 개인회사 한화에너지,
지주사격 ㈜한화 지분 8% 매수
기존 지분율 9.70%→17.7%로 확대
궁극적으로 ㈜한화와 합병 가능성
  • 등록 2024-07-09 오전 5:53:14

    수정 2024-07-09 오전 5:53:14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한화그룹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 한화에너지를 통한 승계작업에 속도를 낸다. 그룹 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의 지분을 한화에너지가 직접 공개매수에 나서면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그룹 지주사를 오너 개인회사이자 비상장사가 지배하는 ‘옥상옥’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SK그룹 역시 옥상옥 지배구조에 대해 지적 받은 끝에 SK C&C와 SK㈜의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한 바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너지는 지난 5일부터 24일까지 20일간 한화 보통주 최대 600만주(지분율 8.0%)에 대한 공개매수를 시작했다. 예정 주식을 모두 매수하면 지분율은 9.70%에서 17.7%(보통주 총 1327만 2546주)로 높아진다.

한화그룹 빌딩.(사진=한화.)
한화그룹 삼형제는 이번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 공개매수를 통해 김승연 회장의 지배력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4.91%),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2.14%),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2.14%)은 그룹 지주사격인 ㈜한화 지분을 총 9.19%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한화에너지를 통해 추가로 ㈜한화 지분을 확대하면 총 26.89%의 지분율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최대주주인 김승연 회장(22.65%) 지분을 약 4%포인트(p)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이 경우 옥상옥 지배구조에 대한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옥상옥이란 지붕 위에 지붕을 얹었다는 뜻으로, 지주사 위에 또 다른 지배회사가 있는 구조를 의미한다. 보통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비상장사가 지주사를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소수 지분만으로도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 지배구조 형태다. 한화그룹 역시 지주사인 ㈜한화 위에 삼형제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에너지가 위치하고 있다.

과거 SK그룹 역시 이 옥상옥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을 받아 이를 해소하는 작업을 실시했다. 2010년대 초반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은 0.02%에 불과했다. 대신 지분 32.9%를 보유하고 있는 SK C&C를 통해 ㈜SK를 지배해왔는데, 이 같은 다소 기형적인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SK C&C와 ㈜SK의 합병을 결정한 것이다. 합병 후 최 회장의 지분율은 10% 가까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룹 지주사인 ㈜SK를 직접 지배하며 투명하고 간결한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한화그룹의 경우 김 회장과 삼형제가 직접 ㈜한화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고 있어 전형적인 옥상옥 지배구조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오너 개인회사 한화에너지를 지배력 확대에 활용하긴 했지만 여전히 직접 소유한 지분이 더 많다는 점에서다. 한화그룹 측은 한화에너지의 이번 공개매수에 대해 “㈜한화 지분 9.7%를 보유한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지배구조를 장기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과거 SK그룹과 같이 궁극적으로는 한화에너지와 ㈜한화 간 합병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배구조 전문가는 “가까운 시일 내에 양사 간 합병이 있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면서도 “현재 진행되는 움직임은 합병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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