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 채굴을 미래 핵심 먹거리로 점찍은 LX인터내셔널이 채굴 후 제련까지 사업 확장을 고민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수익성 때문이다. 단순 채굴 후 판매만으로는 이익이 많이 남지 않아 본격적으로 마진이 붙기 시작하는 제련사업까지 넘보는 것이다. 현재 이차전지 핵심 광물의 제련사업은 중국이 장악한 상태여서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한 배터리 및 소재 생산업체들의 수요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 인도네시아 AKP 니켈광산 위치.(사진=LX인터내셔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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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인터, 니켈 제련소 지분투자로 공급망 구축니켈은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를 구성하는 핵심 원료다. 특히 니켈은 배터리 셀(Cell)의 에너지 밀도를 좌우하는 원료로, 이 니켈 함유량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가 바로 배터리 생산업체들의 역량을 평가하는 잣대로 활용될 정도다. 니켈은 순도가 99.8% 이상인 고순도 니켈을 따로 구분하는데, 고순도 니켈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도 시장 전망이 밝다. 그런데 니켈의 채굴과 제련 등 초기 시장을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국가들이 꽉 잡고 있어 배터리·소재 업체들이 휘둘릴 여지가 많은 게 불안요소로 꼽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서도 직접 제련에 나서는 업체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양극재와 음극재 등 배터리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8월 필리핀의 니켈 전문 자회사 NPSI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포스코퓨처엠의 신 제련기술을 활용해 공동으로 니켈 혼합물을 생산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또 제련 전문업체인 고려아연 역시 지난해 12월 자회사 켐코를 통해 니켈 제련소 설립에 나섰다. 오는 2026년까지 상업생산을 목표로 5063억원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 등 니켈 광산이 자리한 현지 제련 업체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직접 제련소를 운영하는 것이 아닌 지분을 투자한 만큼만 제련된 니켈을 공급받아 이를 수요처에 납품하는 구조다. 이렇게 하면 제련소 운영 경험 없이도 제련 사업에 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이미 운영 중인 제련소로부터 곧바로 제련된 니켈을 확보할 수도 있다.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추가적인 니켈 광산과 함께 제련소 지분 투자로 밸류체인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LX인터내셔널은 지난달 17일 인도네시아의 AKP광산(니켈)의 지분 60%를 1330억원에 취득 완료하고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광산은 여의도(290㏊)의 7배에 달하는 약 2000㏊의 면적에 원광 기준 매장 자원량은 5140만톤에 이른다.
공급망 다변화 수요 공략해 수익성 확보
니켈 채굴에 더해 제련까지 사업을 확장할 경우 상당한 수익성 개선도 기대된다. 실제로 광물 사업은 해당 자원의 시황에 따라 실적이 크게 변동하는 단점이 있다. LX인터내셔널은 현재 석탄과 팜오일을 주로 생산·판매하고 있는데 지난해 4분기 자원사업 영업이익은 58억원으로 전년 동기 500억원 대비 88.4%나 감소했다. 해당 광물의 시황이 좋을 땐 이익 규모도 크지만 반대로 시황이 나쁠 땐 적자가 나기 일쑤다. 물론 제련 사업도 시황에 따라 실적이 움직이긴 하지만 제련비용을 덧붙여 수익성을 방어할 여지가 있다.
| LX인터내셔널 자원사업 영업이익 추이.(사진=LX인터내셔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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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광물 채굴이 매출 규모는 크지만 이익이 아주 많이 남는 사업은 아니다”라며 “제련사업부터 어느정도 이익이 나기 시작해 광물 가격 변동 방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국내 기업의 공급망 다변화 수요를 겨냥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중국은 전 세계 니켈 제련 공정을 70% 이상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수출 규제나 미국의 탈중국 기조에도 대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