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제작자 "史영화 객관화 중요, 잘 만들면 모두가 응답해"[만났습니다]...

'서울의 봄'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
"철저한 고증·한쪽 시각 안 담는 보편화가 중요"
10년에 만난 첫 천만영화…'하얼빈' 신작들 기대도 커
"실화 영화화 기준? 내가 궁금해야…확장 가능성 판단"
  • 등록 2024-01-25 오전 6:00:00

    수정 2024-01-25 오전 8:50:43

김원국 대표(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근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을 영화로 잘 만들면 전 세대가 응답할 것으로 생각했다. 20~30대 관객이 좋아한다고 해서 40~60대 관객이 싫어하는 게 아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세대별 느끼는 감정이 다를 뿐이다.”

완성도라는 본질에 충실한 영화는 세대를 초월해 반드시 사랑받을 것이란 의미다.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을 제작한 김원국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의 말이다.

1979년 12.12 군사반란 실화를 모티브로 해 만든 ‘서울의 봄’은 흥행 가뭄에 시달리던 한국영화에 단비를 선사한 작품이었다. 지난해 11월 개봉 이후 1297만 관객 마음에 불을 지피며 ‘7번방의 선물’, ‘암살’ 등을 제치고 한국 영화 역대 흥행작 7위에 등극했다. 지금 추세면 1300만 관객 달성도 어렵지 않다.

“근현대사 관심 커…철저한 자료조사로 객관화”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코로나19가 시작됐던 2020년, 극장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 두 편을 개봉했다. 그럼에도 각각 475만명, 435만명 예상을 웃도는 관객들을 동원하며 결실을 거뒀다. ‘서울의 봄’을 개봉한 11월도 극장의 비수기로 거론되는 시기였다. 2023년은 특히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한국 대작들이 줄줄이 실패를 맛봤고, 프랜차이즈 시리즈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코미디·액션 영화 위주로 선호도가 뚜렷했다. 무겁고 비극적인 실화를 소재로 다룬 ‘서울의 봄’의 천만 돌파는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최근 종로구 사옥에서 만난 김 대표는 ‘서울의 봄’의 흥행을 지켜보며 “이런 영화도 잘 만들면 볼 수 있구나, 생각을 더욱 굳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2014년 김 대표가 설립한 하이브미디어코프는 707만명을 동원한 첫 작품 ‘내부자들’(2015)을 시작으로 ‘덕혜옹주’(2016), ‘마약왕’(2018), ‘천문’(2019), ‘남산의 부장들’(2020),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 등 흥행작들을 잇달아 선보였다. 그중 ‘덕혜옹주’, ‘남산의 부장들’을 거쳐 ‘서울의 봄’ 등 역사적 실화를 조명한 영화들이 성공을 거둬 막강한 ‘근현대사 유니버스’를 구축했다. 평소 한국의 근현대사에 관심이 높은 김 대표의 성향과 안목을 반영한 결과다.

김 대표는 “역사책을 읽으면 그 시대를 사는 느낌이 들고 인물에 대해 깊이 연구하는 게 좋았다”며 “나이가 들면서는 근현대사에 관심이 가더라. 우리가 몰랐던,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고 상대적으로 가까운 과거여서인지 여러 사건의 흐름이 얽혀 현재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역사 속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는 ‘잘 만들어야 본전’이란 인식이 있다. 전문가와 대중이 내세우는 고증의 잣대가 엄격한데다, 결말이 정해져 있기에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는 범위도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실존 인물과 그의 가족, 유족들의 존엄성도 훼손되지 않게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 대표는 역사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객관화하고 보편화하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쪽의 시각에 기대지 않고 사건의 흐름이나 각 인물의 선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서울의 봄’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도 그 부분을 가장 중시했다”며 “자료를 수년간, 다방면에 걸쳐 많이 찾아보는 방안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작들을 만들며 쌓은 노하우, 당시 확보한 많은 자료의 도움도 받았다고 전했다.

차기작 ‘하얼빈’…드라마 제작도 박차

‘서울의 봄’은 올해로 10주년인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처음 만난 천만 영화다. 다만 김 대표는 10주년과 첫 천만의 기쁨을 누릴 겨를 없이 다음 프로젝트들을 준비하는데 여념이 없다. 현재 개봉을 앞둔 작품만 7편, 준비 중인 프로젝트만 50여 편이다. 또 올해부터는 드라마로도 영역을 넓혀 제작에 박차를 가한다. 주지훈 주연의 ‘클라이맥스’와 이동욱 주연 ‘착한 사나이’, 영화 ‘내부자들’의 시리즈 버전, ‘메이드 인 코리아’ 등이 OTT 방영을 목표로 올해 중 촬영을 시작한다.

새로운 근현대사 실화 영화 시나리오도 개발 중이다. 전두환 정권 당시 언론 회유 공작을 다룬 ‘K공작 계획’(가제)과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군내 사조직 ‘하나회’의 해체 과정을 담은 ‘YS 프로젝트’(가제), 문세광의 배후를 추적하는 과정을 담은 ‘암살자들’(가제) 등이 그 예다. 김 대표는 실화를 영화화하는데 기준이 있냐는 질문에 “내가 먼저 궁금해야 한다”며 “영화적 확장성이 있는 소재인가가 중요하다.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되는 이야기란 생각이 들면 도전한다”고 귀띔했다.

특히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소재로 한 하이브미디어코프의 2024년 신작 ‘하얼빈’은 업계와 대중의 기대를 가장 많이 받는 한국 영화 대작이다. ‘남산의 부장들’, ‘마약왕’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유재명, 박훈 등 화려한 멀티캐스팅으로 주목받았다.

김 대표는 “평소 안중근 의사를 가장 존경하고 있다”며 “그분의 정신과 가치관을 진정성있게 조명하고 싶었다. 상업적 성공을 거두겠단 생각으로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얼빈’을 통해 그의 업적을 넘어 인간 ‘안중근’을 제대로 보여주고, 당시 그와 함께했지만 이름조차 알려지지 못한 여러 독립투사의 고군분투를 그리려 했다고도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하얼빈 의거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는 사실보단 당시 안중근을 비롯한 인물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독립운동을 했는지에 집중했다”며 “‘서울의 봄’과 마찬가지로 ‘하얼빈’에서도 의도적인 감성을 갖고 제작하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고증과 자료조사에 철저했다. 특정한 시각을 담지 않았기에 관객들이 영화적으로 감상해주실 거라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원국 대표는 누구

△1972년 출생 △연세대학교 졸업 △광고 기획 및 수입배급 업무 수행 △현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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