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지보수 단서조항 삭제, 민영화 수순 아냐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4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철산법 개정안에 대해 민영화라는 시각으로 철도노조에서 보고 있는데 민영화가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 나서서 이 같은 주장을 펼치는 이유는 철도시설의 유지보수 업무를 코레일에서 분리하려는 움직임에 철도노조가 민영화 시도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어서다. 철도 운영을 담당하는 코레일이 유지보수를 시행하는 것이 안전하며 타 기관으로 업무가 이관되면 민간 위탁을 통해 민영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코레일의 독점적인 유지보수를 보장한 철산법 단서조항으로 진접선 등과 같이 코레일이 운영하지 않는 노선까지 코레일이 유지보수를 수행하면서 안전과 효율성이 저하되는 문제가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철도 구조개혁 이후 코레일은 여객·화물 수송과 차량 운행·관리와 철도시설 유지보수를 하고 철도공단은 철도 건설·관리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년 GTX 등 코레일이 운영하지 않음에도 유지보수를 수행하는 국가철도 구간은 계속 증가할 예정으로 철산법 개정(단서삭제)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부는 코레일, 철도공단과 공동 발주해 객관적인 시각에서 분석한 철도안전체계 국제컨설팅을 진행했다. 20억원을 들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컨설팅 용역을 맡겼고 올 3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동안 용역을 진행했다. 그 결과 유지보수와 관제는 코레일로, 건설과 개량은 철도공단으로 위탁된 시설관리의 파편화가 철도사고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돼 국토부는 철산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구간에 대해서는 코레일이 운영할 것이고 운영기관이 다른 사업자는 유지보수 기관을 따로 정하는 식으로 운영할 것이기 때문에 민영화와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
다만 국회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뒷짐만 쥐고 있는 상태다. 국회 교통소위에 상정되면 철도노조가 총파업을 단행하겠다며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법안을 발의한 야당 측에서도 민영화를 들어 철도노조가 반대하자 돌연 태세를 전환했다.
용역 결과가 나왔음에도 지난 5일 열린 교통소위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데다 이달 19일 열릴 마지막 교통소위에도 상정되지 않으리라 예상하는 상황에 대해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10월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철도노조가 집행간부 결의대회를 열고 민주당의 공식입장을 요구한 뒤 민주당 원내지도부를 만나 개정안 반대의 뜻을 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철도노조와 민주당이 야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의 안전보다 철도노조를 더 의식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실제 철도노조는 2만 2000명이 넘는 노조원을 앞세워 9월 총파업, 12월 총파업 경고 등 실력행사를 하고 있다. 국회가 철도노조 눈치를 보느라 개정안 처리를 미룬다는 지적이다. 이달 19일 소위에서도 법안을 상정하지 않으면 내년 4월 총선 등으로 기존 개정안은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시행한 철도안전체계 컨설팅 용역에서도 철산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결론 났다. 정부에서도 용역결과를 토대로 철도안전체계에 대한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제는 국회가 답할 차례다”며 “올해 다 통과한다던 최인호 위원장의 발언이 공염불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