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약금에도 수수료 내놔" 도넘은 중개업소 '법적 근거 없어'

불안한 시장 전망에 매수자 계약 취소 잇따르자
중개업소 "가계약금에도 수수료 달라" 부당 요구
"중개인 가계약금 중개보수 요구 법에 근거 없어"
  • 등록 2023-12-01 오전 6:00:00

    수정 2023-12-01 오전 9:25:11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부동산 시장에서 매매거래가 주춤하며 거래절벽 현상이 일어나자 고사위기에 직면한 부동산 중개업소가 고육지책으로 수수료를 받지 말아야 할 사안에 대해서도 수수료 요구하는 등도 넘은 영업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목동지역 한 부동산에서는 매도인과 매수인 간 가계약금을 주고받았지만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은 거래에 대해서 중개인이 20%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일이 발생했다.

A씨는 목동 아파트를 15억원에 매매로 내놓았다. 당시 매수를 희망하던 B씨가 가계약금 1000만원을 걸며 집을 매수하겠다고 나섰다. 이후 돌연 B씨는 불안한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며 매수를 없던 일로 하자고 통보했다. A씨는 매도를 통해 급한 자금을 융통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B씨의 매수 번복으로 다시 집을 내놓고 매수자를 찾았다. A씨는 1000만원의 가계약금이 들어왔어도 금전적인 이득보다는 계약 실패가 더욱 부담인데도 중개인은 해당 금액에 대해 수수료를 떼어달라고 한 것이다.

부동산 급등기에는 매도인이 계약을 번복하며 배액 배상을 했던 것과 달리 시장이 매수자 우위로 돌아서자 거꾸로 매수인이 계약을 번복하는 정반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시 아파트 매매거래건수는 10월부터 다시 거래가 줄면서 2312건으로 줄었고 11월 들어서는 982건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말 수준으로 거래량이 떨어졌다.

관련 판례에 따르면 부동산 매매에 관한 가계약 당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 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매계약은 성립한다. 계약이 성립하려면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의를 요구하는데 잔금 일자나 가격 등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면 정식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매매계약이 성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A씨가 가계약금 1000만원을 취득하는 것은 법적으로 근거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1000만원에 대한 중개인의 수수료 취득은 법에 근거가 없다. 또 법정수수료율에도 20%는 어떤 사안에서도 불가능하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집주인과 연락이 안 되는 상황에서 계약하고 싶어서 청약하는 형태로 가계약금을 맡겼다면 반환해야 하지만 우선 계약금 일부를 주고 나머지는 후에 입금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라면 계약금으로 봐야 한다는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개인이 가계약금에 대해 20%를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중개보수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계약서를 써야 중개보수 청구권이 발생한다”며 “계약서를 쓰지 않은 계약금에 대한 중개보수 청구는 소송으로 간다고 해도 취득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 남산에서 내려본 서울 아파트단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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