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핫템 '버터맥주', 최단기 밀리언셀러 비결은?

수제맥주 브루어리 부루구루 박상재 대표 인터뷰
지난해 수제맥주 침체기 속 '버터맥주' 돌풍 일으켜
"차별화 주류 수요 여전…소맥·치맥 같은 문화가 관건"
하이볼 '도전장' 이미 성과…"위스키까지 종합주류회사 목표"
  • 등록 2023-02-15 오전 7:11:23

    수정 2023-02-15 오전 9:32:32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다들 수제맥주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등장한 ‘홈술족’, 그 중에서도 차별화 상품을 선호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전성기를 누렸던 수제맥주였지만 엔데믹 전환은 상당한 악재로 평가됐다. 이런 전망을 깨부순 제품이 바로 수제맥주 브루어리 ‘부루구루’가 생산한 ‘버터맥주’다. 지난해 9월 말 편의점 GS25 단독으로 출시해 단 43일만에 100만캔을 팔아치우며 역대 최단기 밀리언셀러에 등극했고, 지난달 말까지 누적 판매량은 230만캔에 달한다.

“최근 젊은 소비자들은 체크리스트성 소비가 많아요. ‘나 이거 먹어봤으니, 이번엔 다음 것을 먹어봐야겠어’라는 방식이죠. 다양한 맛과 향의 수제맥주를 빠르게 기획해 선보이고, 이를 통해 얻어낸 소비자 선호도를 바탕으로 보다 개선된 제품을 선보이는 전략을 펼친 결과 버터맥주가 탄생했죠.”

GS25에서 단독으로 선보여 4개월여 만에 230만캔이 판매된 ‘버터맥주’.(사진=GS25)


14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상재 부루구루 대표는 버터맥주 성공 비결을 이같이 설명했다. 엔데믹 전환과 무관하게 차별화 한 주류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여전하지만 수제맥주 업체의 기획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독설’이었다.

이미 60여개 수제맥주 제품을 보유할 정도로 기획력만큼은 국내 주류업계 최고라 자부한 그는 이미 수제맥주를 넘어 하이볼을 중심으로 한 리큐르 시장을 향하고 있었다. 박 대표는 “버터맥주는 일종의 트렌드세터의 상징물, 즉 하나의 문화로 자리하며 인기를 끈 것”이라며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전 국민이 퇴근길 하이볼 한 잔을 즐기는 문화가 있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이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재 부루구루 대표.(사진=부루구루)
“韓 주류시장 언제나 블루오션…핵심은 문화”

박 대표는 “국내 주류시장은 출고가 기준 9조원 수준, 도매 기준 12조원, 일반 소비자 시장 기준으론 최소 20조원 수준에 이른다. 주류시장처럼 경기 변화에도 부침없이 성장하는 시장은 많지 않다”며 “문제는 이런 주류를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주류시장을 주도하는 대표적 문화로 이른바 ‘소맥(소주+맥주)’, ‘치맥(치킨+맥주)’로 꼽았다. 소주와 섞어 마시기 좋고 치킨과도 잘 어울리는 청량감을 가진 라거맥주가 전체 맥주시장의 90%를 차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라거맥주 일색인 맥주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배부름이 덜 하고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 수제맥주나 리큐르에 대한 수요 또한 적지 않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미 소비자들에 주목을 받으며 전성기를 보낸 수제맥주 시장은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고 차별화된 색깔을 입힌 제품들을 중심으로 ‘옥석가리기’에 돌입했다. 하이볼 등 리큐르는 곧 또 다른 붐을 일으킬 것이란 게 박 대표의 분석이다.

박 대표는 “하이볼 시장을 키워보자는 취지로 편의점 CU(어프어프 하이볼), 다양한 레스토랑과 손잡은 결과 현재까지 300만캔 이상을 생산·출고하며 성공을 거뒀다”며 “이후 GS25(쿠시마사원모어 하이볼)와 세븐일레븐(숙성도 하이볼) 제품도 선보였다. CJ올리브영, 이마트(139480) 등과도 협업 관계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케그(5ℓ짜리 통) 형태로 하이볼 공급을 원하는 일반 업장의 문의와 수출 제안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CU가 단독으로 선보여 3개월 여 만에 150만캔이 판매된 ‘어프어프 하이볼’.(사진=CU)
최근 4개월 매출만 200억…위스키도 눈독

버터맥주와 하이볼의 연이은 성공에 부루구루의 실적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버터맥주 출시부터 어프어프 하이볼 등 하이볼 신제품을 쏟아낸 기간인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매출액만 200억원 이상을 달성했다. 2021년 말 수제맥주 사업을 본격 시작한 지 단 13개월여 만의 성과다.

박 대표는 “올해 목표는 450억원, 내년 600억원, 그리고 2025년 1000억원까지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연내 위스키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최종 목표는 종합주류회사로 거듭나는 것으로 올해 위스키 사업에 진출해 내년 말 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이스트 MBA 시절 기숙사에서 홈브루어링을 하고, 직원들과 오크통을 깨 주정에 담가 숙성시켜 먹어볼 정도로 술에 진심인 덕후들이 모인 회사”라며 “보다 좋은 상품들을 개발하고 기존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넘어 새로운 업장까지 채널을 늘려가며 새로운 주류 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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