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전통 기술 협업으로 완벽하게 복원"…황제 '어차'의 특별함

순종 어차·순정효황후 어차
7인승 대형 리무진 차량
자동차 발달사에 상징적 유물
"황실 자동차다운 품격 보여줘"
  • 등록 2022-05-17 오전 7:30:09

    수정 2022-05-17 오전 7:30:09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영국의 자동차 복원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복원된 어차에는 우리의 전통 기술도 녹아 있다. 전통 방식의 직조를 통해 실내 비단천을 완성했을 뿐 아니라 수십번 바르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한 전통 옻칠로 외부의 고급스러운 붉은 색을 재현해냈다.”

마차와 같은 목조 내부,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오얏꽃무늬(이화문)의 금장 장식까지. 대한제국 2대 황제이자 조선의 마지막 임금인 순종황제와 그 비인 순정효황후가 탔던 자동차인 ‘어차(御車)’가 21세기에 재탄생했다. 어차는 대한제국 황실의 생활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근대자료이자, 당시의 자동차 기술을 집약한 고급 리무진으로 자동차 발달사에 있어 상징적인 유물이다. 두 어차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6년 국가문화재로 등록됐다.

국립고궁박물관은 5월의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로 어차를 선정하고 문화재청과 국립고궁박물관 유튜브로 온라인 공개했다. 이승희 학예연구원은 “두 어차 모두 7인승의 대형 리무진 차량으로 목조로 된 마차 형태의 차체가 초기 자동차의 형태를 보여준다”며 “차문에는 이화문의 금장이 장식돼 있고, 내부 공간도 금빛 이화문 비단으로 꾸며져 있어 황실의 자동차다운 품격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순종 어차(사진=문화재청).
5년간 수리·복원 작업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조선에는 새로운 서양 문물이 유입되며 육로의 이동 수단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서양식 마차, 자전거, 인력거 등 새로운 탈것들이 전통적인 이동수단을 대체하게 됐다. 국력을 키우기 위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개화정책을 펼친 고종은 신식 문물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서양식 마차를 왕실에 도입했고, 이후 어마차는 가마를 대체하는 왕실의 주요 이동수단이 됐다. 이러한 사실은 공식행사에서 어마차를 타고 나타난 왕실 가족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어마차에 이어 어차가 국내에 도입된 시기 역시 고종대로 추정된다. 이후 순종에 이어 많은 왕족들이 자동차를 즐겨 탔고, 점차 민간에도 영업용 자동차상회가 생기는 등 자동차가 대중교통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두 어차 모두 운전자석과 승객석의 공간이 격벽으로 분리돼 있고, 지붕이 막혀있는 고급 리무진이다. 이러한 디자인은 차체가 무거워 1910년대 당시 기술력으로는 엔진의 성능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일반에게는 주로 오픈형 차가 보급됐고, 전체가 목조로 구성된 폐쇄형 디자인은 일부 계층을 위해 특별 주문 제작된 경우라 볼 수 있다.

순종의 어차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사의 캐딜락 리무진이며, 순정효황후의 어차는 영국 다임러(DAIMLER)사가 제작한 리무진이다. 본래 창덕궁 어차고(옛 빈청)에 장기간 보관돼 있던 두 어차는 자연 부식에 의한 노후화, 부품 손실 등으로 인해 많은 부분이 훼손됐다.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1997년부터 5년간의 수리·복원 작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찾게 됐다.

이 학예연구원은 “조선의 땅을 누비던 시절을 지나 아름다운 본연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전시되기까지 어차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며 “국립고궁박물관 대한제국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두 어차를 관람하며 그 안에 담긴 역사를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순정효황후 어차(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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