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괄기획=최은영 부장, 연출=권승현 PD, 정리=김무연 기자]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해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물론 그곳은 콜럼버스가 원하던 인도 지역도 아니었거니와 항해의 목적 중 하나였던 육두구를 찾는 데에도 실패했다. 하지만 그가 개척한 항로는 이후 유럽 강국들이 신대륙에 진출하는 밑바탕이 됐다. 신항로를 따라 대항해 시대가 열린 것이다.
임규태 박사는 콜럼버스가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로 작은 아이디어와 이를 시험하고 나선 용기라고 짚었다. 사람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거나 미처 실행할 생각을 못해 본 혁신적 아이디어를 과감히 실천에 옮긴 행동이 인류의 향배를 결정지은 것이다.
| 콜럼버스가 탔던 산타마리아호 복제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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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의 인식과는 다르게 콜럼버스가 활동하던 15세기에는 ‘지구가 둥글다’는 지구 구형설이 상식으로 자리 잡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서쪽으로 항해를 하면 인도나 지팡구(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나오는 일본의 호칭)에 다다를 수 있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콜럼버스가 낸 아이디어는 “서쪽을 향해 배를 띄우면 동에서 서로 부는 바람을 타고 인도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유럽에서 사용하던 범선인 캐럭선은 화물과 물자를 싣기 충분해 무역선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다만 큰 돛을 이용한 만큼 바람이 주 동력원이었기 때문에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항해가 어려웠다. 당시 범선으로 무역을 하던 유럽 뱃사람들은 바다에선 특정 위도에서 바람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일정하게 분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경험을 통해 체득하고 있었다.
콜럼버스는 이 아이디어에 승부를 걸었다. 만약 바람이 항상 동쪽에서 서쪽으로 분다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대서양을 통해 동쪽에 있는 인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결과는 적중했다. 스페인에서 출발한 콜럼버스의 산타마리아호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바람을 타고 신대륙에 도착했다.
| 무역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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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가 모험을 감행한 바람이 바로 ‘무역풍’이다. 무역풍은 지구의 자전으로 발생하는 전향력으로 인해 북위 및 남위 30˚이하 지방 상공에서 1년 내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바람이다. 북반구에서는 북동에서 남서 방향으로, 남반구에서는 반대로 남동에서 북서 방향으로 분다. 실제로 북반구 스페인에서 출발한 콜럼버스의 산타마리아호는 스페인의 남서 방향에 위치한 카리브 제도에 안착할 수 있었다.
콜럼버스의 모험이 성공한지 30년 후 마젤란의 탐험대도 세계 일주에 성공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마젤란 역시 무역풍을 이용해 세계 일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열강 또한 무역풍을 타고 신대륙에 진출해 식민지를 건설했다. 콜럼버스가 선원들 사이에서 돌던 이야기를 직접 시험해 보지 않았다면 신대륙 발견은 물론 신항로 개척은 먼 훗날의 일이 됐을 수도 있다.
임 박사는 “콜럼버스는 뱃사람 사이에서 풍문처럼 떠돌던 무역풍의 존재를 확인했고 이를 통해 새로운 땅에 다다를 수 있는 효율적인 항로를 개척해 대항해 시대를 열었다”라면서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인류 역사에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가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라고 평가하며 강의를 마쳤다.
| 임규태 박사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지상 강연 ‘인더스토리Ⅲ’ 5강 ‘바다’(海) 1편을 강의하고 있다. ‘인더스토리’는 이 세상 모든 산업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코너로 시즌3에서는 교통·물류산업을 집중 조명한다.(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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