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0·21]③'불참이 미덕'…경조사 풍속도 바꾼 코로나19

코로나19로 관혼상제 풍속도 바뀌어
인원제한으로 결혼식 등 경조사 불참 이어져
지난 추석 '민족 대이동' 사라져
오는 설날에도 '언택트 설날' 될 전망
  • 등록 2021-01-02 오전 9:27:00

    수정 2021-01-02 오전 9:27:00

오랜 시간이 지나도 2020년은 ‘코로나의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1월 초 ‘우한 폐렴’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했던 코로나19는 1월 19일 국내 1번 확진자가 나온 이래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습니다. 이데일리는 코로나19가 바꾼 우리의 일상을 되짚어 보고 2021년에는 어떤 삶이 이어질지 3회에 걸쳐 전망합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와도 된당께’

‘결혼합니다. 코로나19 상황인 관계로 축하하는 마음만 전달해주세요’

‘코로나19로 조문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올 한해 대한민국을 덮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결혼·장례 등 기존의 관혼상제 문화가 가지고 있던 공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경조사·제사 심지어 명절까지 이전엔 참석하지 않는 것이 ‘무례’였다면 올해엔 ‘예의’가 됐다.

지난 7월 4일 오전 광주 서구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결혼식·장례식 인원 제한으로 참석 안 해…축의·부의금만

대표적인 경사로 꼽히고,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에도 코로나19의 손이 뻗쳤다. 거리두기 단계별로 입장인원이 달라지기 때문에 올해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개정된 거리두기 5단계에 따르면 1.5단계엔 시설 면적 4㎡당 1명·2단계에는 100명 미만·2.5단계 때는 50명 미만으로 인원이 제한됐다. 시시각각 변하는 코로나19 상황에 예비부부들은 결혼식장에 오지 말아 달라는 연락을 돌리며 하객 참석을 자제하는 풍경도 벌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히려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고 축의금만 전하는 것이 미덕이 됐다. 경조사에 참여하지 않고 축의금만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됐고, 계좌번호가 적힌 청첩장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축의금과 부의금 등을 모바일로 보내면서 간편 송금서비스 이용이 급증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카카오페이가 지난해 8월 16일 실내 50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 직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축의금 송금 봉투’ 사용량이 거리두기 2단계 시행 전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직접 가서 축하하기보다 축의금만 전달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장례식도 상황은 비슷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운영하는 알바콜이 회원 6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에도 장례식 등 경조사에 ‘평소와 다름없이 참석한다’의 비율은 9.2%에 그쳤다. 경조사비만 전달하겠다는 비율은 30.2%를 기록하면서 비대면·비접촉 경조사 문화가 사회적 분위기로 자리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 완주군 이서면 주민들이 지난 9월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방지 차원에서 고향 방문을 자제하자는 캠페인을 벌였다.(사진=연합뉴스)


유례없는 ‘언택트 명절’…오는 설에도 이어질 전망

지난 9월 유례없는 ‘언택트 추석’ 풍경도 펼쳐졌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9월 28일부터 10월 11일까지 2주간 전국에 ‘추석특별방역대책’을 마련하며 방역의 고삐를 더 바짝 조였다. 8·15 대규모 광복절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졌던 확산세를 추석 연휴 ‘민족 대이동’을 앞두고 틀어막기 위함이었다. 정부는 귀향·성묘 등 자제를 권고했다.

사람들도 이에 화답했다. 전국 지방 곳곳에서는 구수한 사투리로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와도 된당께~’라는 현수막이 붙고, 자녀의 고향 방문 자제를 당부하는 자발적인 캠페인이 벌어졌다.

올 추석 귀성하지 않는 사람이 절반 이상 달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과 서울연구원이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서울시 거주 18세 이상 8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가오는 추석 및 명절 연휴에 장거리 이동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6.8%는 없다고 답했다.

코로나19로 자리 잡은 ‘언택트 경조사 풍속도’는 설날까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일 확산세가 줄어들고 있지 않은 가운데, 방역당국이 방역 태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 0시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1029명으로 집계됐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의 유행이 쉽게 컨트롤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올 설에도 코로나19가 사그라지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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