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자본시장 책임질 30년 엘리트 경제관료…코스피 3000선 이끄나

한국거래소 새 이사장에 손병두 내정
30년 공직생활 마감 100조 자본시장 최고 책임자로 변신
공매도 상장폐지제도 정비 등 현안 산적…해법 마련 필요
  • 등록 2020-12-04 오전 2:30:00

    수정 2020-12-04 오전 2:30:00

[이데일리 이지현 고준혁 기자]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제 7대 한국거래소 새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엘리트 경제관료에서 100조원에 육박하는 자본시장을 책임지는 증권맨으로의 변신에 금융투자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는 이사회를 열고 오는 18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손병두 신임 이사장 선임의 건을 1호 안건으로 올리는 안을 승인했다.

손병두 내정자는 지난달 20일 지원서를 제출한 5명의 후보군 중 1명이었다. 30일 3명으로 압축된 최종 면접 후보 중에서 거래소 이사추천위원회는 거래소 현안을 풀어갈 해결사로서 손 내정자가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하고 이사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사실상 거래소 이사장으로 내정된 셈이다. 오는 18일 열리는 주총에서 차기 이사장으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내정자
◇ 30년 공직 물러나며 박수 갈채…자본시장 전문가로 변신 기대


손병두 내정자는 1964년 서울 출신이다. 서울 인창고,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브라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해 23년은 기획재정부에서 7년 6개월은 금융위에서 보냈다. 공직 생활 기간만 30년 6개월이다.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장과 국제금융과장, G20기획조정단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 2015년 금융정책국장, 2016년 금융위 상임위원 2017년 금융위 사무처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재직할 때는 자본시장을 관장하는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을 겸해 증시 관련 현안 대부분을 꿰뚫고 있다.

기재부 재직 시절에는 가장 닮고 싶은 상사로 3년 연속 꼽혔다. 일할 땐 그 누구보다 깐깐하지만, 직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위트 있는 상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손 내정자의 생일파티를 준비해 깜짝 선물하기도 했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한마디로 최고”라며 “보고를 가져가면 항상 균형된 시각에서 해결책을 제시해 줬다”고 귀띔했다.

지난달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그는 직접 손으로 쓴 이임사를 읽어내려가며 두어 번 눈물을 삼켰다. 그동안 잔소리꾼을 자청하면서도 조직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겨서다. 손 내정자의 한 지인은 “팔색조 매력을 가진 인물”이라며 “일도 일이지만 인간적인 매력이 더 큰 사람”이라고 말했다.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거래소는 지역 민심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손 내정자의 부친은 손재식 전 통일부장관으로 관선 부산시장(1980~1981)을 지낸 바 있다. 이 때문에 손 내정자에 대한 부산 여론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거래소 측은 전망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손병두 신임 거래소 이사장 내정자
◇ 공매도 등 산적한 현안 어떻게 풀까


거래소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손 내정자의 책임은 막중하다. 증시 분위기는 좋지만,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융투자상품의 하루평균 거래대금(1월 2일부터 11월 30일까지)은 96조4458억원이다. 파생상품시장 60조원, 주식시장 22조원, 채권시장 9조원 등이다. 지난 10월 말 기준 거래대금으로는 세계 7위, 시가총액 기준 세계 15위 주식시장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한국 증시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활황을 누리고 있다.

‘동학 개미운동’으로 대변되는 개인들의 투자 열기가 뜨거워졌고 원화 강세로 외국인까지 가세해 연일 유가시장은 기록행진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극심한 양극화에 한계기업이 속출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자본시장의 역할이 더 중요한 시기다.

손 내정자는 금융위 부위원장직을 내려놓으며 “어려운 곳에 자금이 흘러가게 하면서도 금융사의 건전성 지키는 것도, 한계기업의 부채를 개선하는 것도 금융위가 앞장서야 할 일”이라며 “생산적인 분야로 돈이 흘러가게 하는 일, 금융사 혁신성과 역동성 확보하는 일, 그러면서도 소비자 보호하는 일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손 내정자가 자리를 옮겨서도 공정 시장질서 확립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면접 과정에서도 공정 시장질서 확립에 대해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내년 3월 15일 공매도 재개 전 관련 제도 정비, 실적 위주의 진입요건을 시가총액별로 구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진입요건 단순화, 퇴출기능이 취약한 현행 기준을 상향 조정해 부실기업의 적기 퇴출을 유도하는 상장폐지제도 정비 등도 추진해야 한다.

노조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거래소 노조는 정부의 낙하산인 ‘관피아(관료+마피아)’라며 손병두 내정자를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임시주총장에서의 반대 투쟁 외에도 출근 저지 시위 등도 고려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피가 3000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취임하니 그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며 “찬반이 뜨거운 공매도 등의 현안에 대해 손 내정자가 어떻게 풀어나갈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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