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그제 국회에서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며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정 요건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 적용방법까지 언급한 점으로 미뤄 사실상 민간 확대 방침을 굳히고 시행 시기만 저울질하는 느낌이다. 최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자 가격 통제라는 초강수를 빼들겠다는 것이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민간 확대가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부터 공공·민간택지 모두에 적용됐다. 하지만 2014년 이후에는 민간택지에 적용된 사례가 거의 없다. 집값을 잡겠다는 당초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역효과만 나타냄으로써 사실상 실패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택 공급의 위축 가능성이 가장 큰 문제다. 택지를 보유한 건설사뿐 아니라 재건축·재개발 사업자들이 분양가 하락으로 적정이윤을 얻기 어려우면 사업을 중단하거나 연기할 공산이 크다. 실제 2007년 상한제를 민간으로 확대한 이후 강남권 재건축이 수년간 지지부진하며 3년 만에 민간아파트 공급이 13만 채 이상 줄어들었다. 공급이 줄면 집값은 다시 튀어오를 게 뻔하다.
분양가와 주변시세의 차이가 커질 경우 청약에 당첨된 소수만 높은 시세차익을 누리는 ‘로또 분양’ 현상이 생길 것이란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투기수요가 몰려 청약시장을 과열시키고, 그 결과 정작 실수요자의 몫은 줄어드는 등 엉뚱한 피해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건설사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유상 옵션을 늘리거나 싸구려 자재를 쓰는 방법으로 주택 품질의 저하 가능성도 우려된다.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해 분양가를 누르면 단기적으로 집값을 잡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되레 집값을 더 끌어올리는 독소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자칫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게 우선이다.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