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발행어음 주세요"…여윳돈 싸들고 증권사 찾는 투자자

KB증권, 적립식 발행어음, 선착순 1만명 이틀 만에 달성
저금리 기조에 5% 금리 보장으로 인기
  • 등록 2019-06-08 오전 8:30:00

    수정 2019-06-08 오전 8:30:00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없어서 못 팔죠. 선착순 1만명한테 연 5% 금리를 주는 적립식 발행어음은 이틀 만에 다 팔렸어요. 특판 금리 놓친 고객들이 아쉬워하죠.”

초대형 투자은행(IB) 발행어음 사업자가 세 곳으로 늘면서 5%대 고금리 특판상품이 속속 나오자 투자할 곳을 찾지 못했던 시중 부동자금이 몰리고 있다. 신규 계좌개설 등 특판 상품 가입 조건이 까다롭지만 벌써 일부 상품은 완판됐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발행어음을 출시한 KB증권은 원화 상품 판매 1차 목표였던 5000억원을 하루 만에 소진했다. 이어 7일에는 외화 발행어음도 당초 판매 목표치였던 500억원어치를 모두 팔았다.

발행어음 출시를 기념해 조건을 충족한 고객에게만 판매한 5% 특판 금리 상품도 완판행진을 이어갔다. 선착순 1만명에게 1년간 연 5.0%의 금리를 월 50만원 한도로 제공하는 적립식 발행어음이 출시 이틀만인 4일 오전에 한도를 다 채웠다.

KB증권 강남스타PB센터 한 관계자는 “젊은 직장인부터 고액 자산가까지 다양한 고객들이 관심을 보였고 신규 고객은 물론 휴면 계좌 고객들로부터도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KB증권 CMA 계좌를 처음 개설한 고객 중 선착순 5만명에게 석 달간 연 5%(100만원 한도)를 제공하는 특판 금리 상품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아직은 물량에 여유가 남아 있지만 인기가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도 고금리 상품을 통해 시중 자금을 끌어모았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판매잔고는 지난달 말 기준 한화 5조1000억원, 외화 2700억원에 달한다. NH투자증권 역시 지난달 말일까지 한화 2조9750억원, 외화 4442억원의 판매잔고를 기록 중이다. 한국투자증권과 NH증권도 발행어음 사업 초기 특판 상품의 인기가 높았다. NH증권 관계자는 “지난 1월 판매했던 창립 50주년 기념 이벤트로 진행됐던 5% 금리 보장 적립식 발행어음은 선착순 5000명이 1달여 만에 마감됐다”고 말했다.

발행어음 1호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 11월 첫 번째 발행어음 상품인 ‘퍼스트 발행어음’을 내놓은 지 이틀 만에 5000억원을 완판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후에도 발행어음 상품은 판매하는 족족 불티나게 팔렸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 역시 “따로 판매 추이의 통계를 내지는 않았지만 시중에 없는 고금리라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증권사 발행어음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저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경기침체 우려로 증시는 지지부진하자 투자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5%대 금리의 특판 상품은 물론이고 일반 발행어음 상품도 1년 만기 약정식은 2~3% 안팎의 금리를 제공해 금리매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7일 기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 등 6대 은행의 1년 만기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1.45~2.05% 수준이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시중 금리도 내려갈 것이란 판단에 서둘러 가입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선 “법인과 개인을 가리지 않고 몰려들면서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회사의 자체 신용으로 어음을 발행하고 투자자에게 약정금리로 원리금을 지급하는 만기 1년 이내 단기 금융상품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5개 초대형투자은행(IB) 중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NH투자증권, KB증권만 발행어음을 취급할 수 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문을 닫지 않는 한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으나 은행 예금처럼 5000만원 한도의 예금자 보호 대상은 아니다. 다만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증권사가 부도가 나는 등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이상 원리금 보장이 되지 않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위험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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