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만에 맞은 `황금돼지 해`인데…은퇴·노후불안에 맘 졸이는 59년생들

공무원 정년퇴직·기업 명예퇴직에 재취업 전선 내몰려
중장년 10명중 셋은 2년째 무직…재취업해도 `박봉`
자녀 취업난까지 맞물려…"성공? 더 나빠지지만 않길"
  • 등록 2019-01-01 오전 6:11:00

    수정 2019-01-01 오전 6:11:00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백사장에 2019 기해년 황금돼지 해를 맞아 설치된 새해맞이 소망탑.(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재물과 행운의 상징인 `황금돼지띠`인 1959년생들은 태어난 지 60년 만에 다시 돌아온 황금돼지해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맞아 현재보다 더 나은 삶을 기원했다.

하지만 정년퇴직과 재취업, 노후준비 등 `인생 2막`을 준비해야 할 판에 경기 침체와 자녀들의 취업난과 같은 어느 하나 녹록지 않은 현실에 봉착한 이들은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았으면`하고 기대의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황금돼지띠 공무원 대거 은퇴…재취업에 내몰린 59년생들

우선 공무원인 1959년생들은 자신이 태어났던 황금돼지의 해를 마지막으로 정년 퇴직한다. 인사혁신처와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나 한국경제의 고도성장기를 이끌었던 베이비 부머 세대의 정년퇴직이 본격화하면서 2018년 한해 퇴직 공무원 수가 4만2361명에 이른다. 새해에는 그 수가 4만5673명, 2020년엔 4만7489명으로 더 늘어난다.

공무원이라고 해서 정년퇴직 후의 삶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반 기업체의 정년퇴직자보다 기술이나 전문성이 부족해 재취업이 힘들다는 목소리도 있다. 1990년에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올해 퇴직한다는 강승현(60)씨는 “30년 이상 줄곧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자니 묘한 감정이 드는 한편 불안하다”며 “100세 시대라서 아직 노후도 많이 남았고 연금만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에 재취업을 염두에 두고 이런 저런 교육을 받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부산 벡스코에서 조선업 퇴직자·재취업 희망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마련된 ‘2018 희망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과 달리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등에서 재직하다가 명예퇴직이나 권고사직 등으로 회사를 나와 새로운 삶을 시작한 1959년생들은 이미 많다. 이들은 재취업을 하거나 자영업 등에 뛰어들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자리를 얻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벌이도 그리 많지 않다. 20여 년간 울산의 한 대기업 생산관리직으로 일하다 5년 전 명예퇴직한 김모(60)씨는 “운 좋게도 계속 해오던 업무와 관련해 능력을 인정받아 괜찮은 곳에 재취업하는데 성공했다”며 “주변 내 또래 퇴직자들은 모두 재취업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중장년층 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일 기준 만 40~64세 중장년층 인구는 1996만 4000명으로 총 인구의 39.4%를 차지했다. 10명 중 4명이 중장년층인 셈이다. 이 가운데 32%에 가까운 625만 7000명은 2년째 직업을 찾지 못했다. 지난 2016년 10월부터 작년 10월까지 새로 취업한 중장년층은 133만1000명이었는데 이둘 중 임금 파악이 가능한 70만8000명의 월평균 임금은 208만1000원이었다. 이 중 월급이 200만원에도 못미치는 경우가 무려 66.9%인 47만3652명에 달했다.

경기침체·자녀 취업난…“성공? 더 나빠지지만 않길”

새해 황금돼지와 같은 큰 행운이나 재물을 기대하기는커녕 현재 상황보다 더 나빠지지만 않아도 만족한다는 1959년생들도 많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국내 938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3.1로 2년만에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남 창원에서 20년째 항만 검수 업체를 운영하는 이재복(60)씨는 “자동차와 플랜트 수출의 부진이 새해에도 이어질 거라는 뉴스를 보면 희망을 품을 수가 없다”며 “기업 규제를 풀고 투자가 활성화돼 대기업도 살고 중소기업·하청업체들도 살아났으면 한다.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자녀의 취업난이 해결되기를 기원하는 1959년생들도 적잖았다. 자녀 2명이 모두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는 교사 김규진(60)씨는 “내가 황금돼지와 같은 큰 행운이나 재물을 거머쥐기보다 자녀의 취업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라며 “중장년 층의 재취업이나 노후 문제도 심각하지만 젊은 청년들의 취업난이 더 심각해 보인다”고 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현재 청년 실업률은 7.9%(33만9000명)다. 한때 10%가 넘었던 청년실업률이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70만명이 넘는 취업준비생이 실업률에서 제외된 결과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년을 맞이하는 1959년생들을 비롯해 요즘 60세 내외의 중장년들은 노인이라 보기도 어렵다”며 “인생 2막을 넘어 3막까지 준비하게 되는 과정에서 어두운 경기 전망이나 재취업과 자녀 취업 문제까지 겹치게 돼 편안한 노후나 은퇴를 맞이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가 중장년들을 위한 일자리 정책이나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는 등 적절한 대책을 펼치고 기업인들도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한 번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새해에는 적어도 희망만이라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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