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조작하는 투자자그룹 성행…반년새 9300억 부당이득"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올 7개월간 거래정보 자체 분석
121종 코인 총 175건 가격조작…부당이득만 8억달러대
메시징앱 통해 허위정보 흘린 뒤 가격 뛰면 차익실현
  • 등록 2018-08-06 오전 7:13:39

    수정 2018-08-06 오전 7:13:39

지난 7월1일 클락코인의 실시간 시세 (그래픽=WSJ)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수 십곳의 트레이딩그룹들이 지난 6개월동안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된 특정 암호화폐들의 가격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최소한 8억2500만달러(원화 약 9300억원)에 이르는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올 1월부터 7월말까지 7개월간 이뤄진 암호화폐 거래 데이터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들을 자체 분석한 결과, 121종류의 코인에서 총 175건에 이르는 가격 조작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대부분 헐값에 코인을 매수한 뒤 가격을 끌어 올린 뒤 높은 값에 되파는 소위 ‘펌프 앤 덤프(pump and dump)’ 방식으로 조작이 이뤄졌다. 이는 전통적인 시장내 가격 조작 유형으로, 투자자들이 주로 허위 정보를 유통시키면서 다른 투자자들을 현혹시켜 시세를 끌어 올리는 식으로 이뤄진다.

벤 에이츠 영국 RPC 암호화폐 담당 변호사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대체로 감독당국 규제 내에 있지 않은 시장이라 이같은 종류의 불법적인 가격 조작이 처벌받지 않고 자행되곤 한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시장에는 소위 ‘펌프그룹’이라고 불리는 팀이 코인 투자자 채팅방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텔레그램 앱에서 7만4000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빅 펌프 시그널(Big Pump Signal)’의 경우 작년말 텔레그램과 또다른 메시징앱인 디스코드를 넘나들며 총 26차례에 걸쳐 코인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조작을 진행해 2억2200만달러에 이르는 이득을 취했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빅 펌프 시그널의 수법은 단순하게 자신들의 허위 정보를 통해 가격을 끌어올릴 날짜와 시간, 거래소를 공유한 뒤 그 시간이 되면 소위 신호를 보내고 저가에 코인을 매수한 뒤 가격이 올라가면 재빨리 처분하는 식으로 움직였다”고 전했다. 이 그룹은 지난 7월에 바이낸스 거래소에 상장된 클락코인을 상대로 이런 수법으로 가격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당시 한 시간동안 거의 거래가 없었던 클락코인은 이 그룹의 펌프가 시작된지 불과 2분만에 총 6700건, 170만달러 규모의 거래가 집중되면서 클락코인의 가격은 단숨에 50%나 뛴 5.77달러까지 올라갔다.

이같은 가격 조작 행위는 지난해말부터 올해까지 암호화폐공개(ICO)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덩달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18개월간 ICO를 통해 자금 조달규모는 총 200억달러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암호화폐 분석업체인 사이퍼트레이스 데이브 제반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식의 도박 행위에 빠져있는 투자자들이 있다”며 “그들은 한꺼번에 집중적으로 코인을 매수한 뒤 가격이 뛰며 팔아 버림으로써 단기 이익을 취하는 일종의 암호화폐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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