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1만원 안 되는 '미니보험'..알뜰상품인가, 미끼상품인가

"있어야 할 건 다 갖췄다"
보험료 대비 보장범위 넓은 편
불필요한 특약 없앤 맞춤 상품
"추가 가입 유도 꼼수다"
수지타산 맞추기 사실상 어려워
고객정보 수집 위한 마케팅일뿐
  • 등록 2018-03-07 오전 6:00:00

    수정 2018-03-07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보험료를 낮추고 보장 범위를 축소한 ‘미니 보험’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가계경제 악화로 보험료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간 유통 단계와 불필요한 특약을 없애 몸집을 줄인 ‘맞춤형 상품’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초저가 소액보험료로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워 결국 고객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마케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한편에선 나온다. 낮은 보험료만큼 보장도 작아서 결국 지속적인 보험계약 유지가 어렵다는 지적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라이나 생명과 처브라이프생명, 현대해상, MG손해보험은 월 100원~9900원의 보험료를 내는 ‘미니 보험’을 잇달아 출시했다.

미니 보험은 대개 보험 가입 기간이 일회성이거나 1~2년 미만으로 짧다. 보험료가 소액이고 위험보장 내용도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간단한 상품이다. 처브라이프생명은 파격적인 보험료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온라인 보험 채널을 신설하면서 유방암만 단독 보장하는 상품을 내놨는데 월 보험료가 최저 180원이다. 국내 보험업계 최저 보험료다.

현대해상은 스키를 타다 사고가 발생할 시 배상책임 등을 보장하는 월 2300원짜리 보험을, MG손보는 월 보험료 1500원 대 1년 만기 운전자 보험을 내놨다. 경쟁 보험사 대비 보험료가 15% 수준에 불과하다.

이달 1일부터 판매하고 있는 라이나 생명의 ‘9900 ONE 치아 보험’과 ‘9900 ONE 암보험’은 좀 더 진화한 미니 보험으로 평가받는다. 같은 보험료를 기준으로 나이와 성별에 따라 가입금액과 보장금액을 계산해 1원 단위까지 차등 지급한다.

“있을 건 다 있다”…미니 보험 확산 움직임

최근 출시한 미니보험의 특징은 보험료보다 보장범위가 꽤 넓다는 점이다. 라이나 생명의 ‘9900 ONE 치아 보험’은 때우는 충전치료는 개수나 치료소재 제한 없이, 씌우는 크라운치료는 2년 이후 개수 제한 없이 모두 보장한다. ‘9900 ONE 암보험’은 7대 고액 암부터 일반 암, 소액 암까지 암 진단비만을 집중적으로 보장한다. 유방암과 전립선암을 제외한 암은 가입금액의 200%, 7대 고액 암은 여기에 추가로 200%를 지급해 가입금액의 400%를 지급받을 수 있다.

MG손보의 운전자 보험은 기존 운전자 보험에 포함된 자동차사고 성형 수술비, 자동차사고 화상 진단비 등 특약을 제거해 보험료를 대폭 낮췄다.

업계에선 자동차·운전자·해외여행보험 등 손해보험 분야를 중심으로 미니 보험을 앞다퉈 출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온라인 금융상품 가입에 익숙한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이 보험상품에 가입할 때도 설계사 등 중간 유통 단계와 불필요한 특약을 없앤 맞춤형 보험을 선호하고 있어서다. 금융위원회도 올해 보험산업 혁신·발전방안(1단계)을 발표하면서 세부 방안으로 미니 보험 활성화를 내세웠다.

정인영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일본도 소액 단기 보험업이 활성화돼 기존 보험 상품과 차별화된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모바일과 온라인에 기반을 둔 전용 상품 출시, 모바일 채널 판매가 증가하면서 국내에서도 소액보험 상품이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많이 팔아도 남는 것 없어…‘미끼상품’ 불과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실질적으로 미니 보험이 보험사에 큰 수익성을 가져다주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25개 생보사 초회보험료 7조50억원 중 CM채널로 거둔 보험료는 90억원에 불과하다. CM채널을 통한 판매가 증가세이긴 하지만 아직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보험사의 미니 보험 판매가 박리다매를 통한 수익창출보다는 고객 정보수집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미니 보험에 가입한 고객으로부터 수집한 정보는 마케팅 활용 동의를 통해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미니 보험 출시가 늘어나는 배경이다.

과거에도 소액 보험은 제휴 보험 형태로 대부분의 보험사에서 판매했다. 개인정보이용에 동의하면 무료 상해보험에 가입시켜주는 ‘공짜 보험’이 있었다. 하지만 개인정보이용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지난 2013년에는 보험료를 받고 정식 가입하는 이른바 ‘300원짜리 보험’이 등장했다.

이 같은 저가 보험은 보험료 부담도 없는데다 교통사고나 상해 사망 시 수백만 원에 보험금을 지급하고 개인정보이용도 제한돼 인기를 끌고 있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보험상품이지만 마케팅용이나 기업 행사 시 수백~수천 건의 계약이 체결되고 있어 일부 보험사가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니 보험은 보장의 핵심만 담아 판매하는 상품으로 담보가 묶여 있던 보험을 쪼개 실속을 좇는 20~30대를 겨냥한 것”이라며 “보험사로서는 근본적으로 사업성이 없지만 정보수집과 다른 상품 가입 유도라는 측면에서 미끼상품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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