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 10년來 최고조…'6자회담 5개국' 北 당근 고민하고, 비상상황도 논의를&qu...

자칭궈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 인터뷰
北핵탄두 소형화 이미 성공했고
대기권 진입 기술 확보도 눈앞
원유공급 차단 궁지 땐 전쟁 우려
군사 안보, 체제 유지, 경제적 보장
北이 바라는 '안전 시그널'
5개국, 핵 폐기 퇴로 열어줘야
  • 등록 2018-01-03 오전 6:00:00

    수정 2018-01-03 오전 6:00:00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이 지난달 26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잇따르며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의 긴장감이 여느 때보다도 높다. 특히 지난해 11월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화성-15형을 발사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자칭궈(賈慶國·61)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지난 26일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갖고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이 최근 10여년 사이 가장 높다고 지적하며 특히 올해 상반기를 잘 넘겨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원유 공급 제재에 나서면 오히려 북한을 궁지에 몰며 전쟁을 선택하도록 떠밀 수 있다고 지적하며 그는 북한에 당근을 제시하며 ‘퇴로’를 열어줘 핵을 포기할 명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 원장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관계 권위자이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을 맡고 있어 중국의 외교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다.

한반도 전쟁위험 최고조…최근 10여년래 가장 크다

자 원장은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10년래 가장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북한이 화성-15형을 발사하고 현재까지 석달동안 한반도엔 전에 없는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며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자 원장은 “북한이 몇 달 안에 핵무기를 소형화해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미국 본토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이미 성공했고 마지막 관문인 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향후 몇개월 안에 확보할 것이라 보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를 통해 미국 본토 전역이 북한의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며 미국을 위협하기도 했다. 자 원장은 “최근 상황을 미뤄 볼 때 미국은 국익을 지키기위해 북한에 무력을 사용해 핵 문제를 해결하려 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대립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과 북한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없을까. 자 원장은 북한이 대화를 할 가능성도 당연히 존재한다면서도 대화를 한다 해도 합의에 이르기는 힘들 것이며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이어 그는 “북한은 미국은 물론 중국까지 믿지 않는다. 아무도 믿지 않는 상황”이라며 “북한은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 핵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에 방문했던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왔다. 이어 중국이 야심차게 준비한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 고위급대화’에도 북한은 중국의 초대를 받았지만 대표단을 보내지 않는 등 중국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北 제외 6자회담 5개국, 핵 포기 당근 제공, 안전 시그널 줘야”

그는 북한이 핵 실험을 통해 전쟁을 도발하거나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예방하기 위해 군사 행동에 나서는 경우 외에도 유엔 제재로 북한의 경제가 어려워지며 궁지에 몰린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거나 북한 내 정치적 동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도 전망했다.

자 원장은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에 원유 공급을 차단하는 제재를 가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달 22일 채택한 새 대북제재 결의 2397호 역시 대북 원유공급의 상한선을 연간 400만배럴로 명시했을 뿐 대북 원유공급 전면 중단은 포함하지 않았다. 그는 “원유 제재에 나서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생각은 중국 역시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도 “원유 차단은 결코 평화로운 방식의 제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자 원장은 “원유를 제재할 경우 북한은 위기에 봉착할 것이고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전쟁을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아예 없을까. 자 원장은 북한에 정치적인 압력을 가하면서도 핵을 포기할 수 있는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6자 회담 틀에 주목했다. 자 원장은 “6자회담에서 (북한을 제외한) 5개국(한국·미국·중국·러시아·일본)이 한 자리에 모여 북한에 당근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북한에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의사가 있으며 한국과 회담을 할 수도 있다고 밝히는 등 북한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비추고 있다. 물론 김 위원장은‘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핵 단추가 있다’는 표현을 동원하며 미국을 자극했지만 한국과 대화를 시작하려 한 만큼 국제사회에선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자 원장은 북한은 △군사 안보 △체제 유지 △경제적 보상 등 3가지 보장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며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길 바란다면 핵 폐기를 위한 일종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당근을 줘 (핵 포기라는) 올바른 선택을 독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 원장은 여전히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여국인 5개국은 ‘만약의 상황’에도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지 않도록 5개국이 머리를 맞대는 동시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 자체도 인정하고 비상시 상황에 대한 대책도 준비해 놓을 때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자 원장은 “관계국들은 전쟁이 일어났을 때 북한의 핵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북핵이 확산되거나 제3국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이제 논의해야 한다”며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해 어떻게든 북한이 질서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둬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난민 수용이나 북한 내 새 정부 수립에 대한 계획 등도 5개국이 충분히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원장은….

자 원장은 한반도 문제와 미중 관계 등 국제관계에서 손꼽히는 중국 석학이다. 1956년생인 자 원장은 1979년 베이징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코넬대에서 국제정치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1985~1986년엔 미국 유력 씽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국제관계를 연구했다. 호주 시드니대,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등에서 교수로 활약했으며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을 거쳐 원장을 맡게 됐다.

자 원장은 중국의 공산당 최고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위원회(정협) 외사위원을 지냈으며 현재도 정협에서 상무위원을 맡고 있다. 중화미국학회 부회장, 중화일본학회 부회장, 중국국제관계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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