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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이모(70)씨. 그가 사회초년생 일때만 해도 보기 드문 ‘대졸 화이트칼라’였다.
다 옛말이다.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몸 쓰는’ 것뿐이다. 이씨는 “주위를 둘러보면 65세가 넘는 경비원도 보기 쉽지 않아졌다”면서 “현실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매달 받는 돈은 150만원에 못 미친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이씨보다 더 젊은 경쟁자가 많아진 탓이다. 이씨는 “경비원을 하면 최저임금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수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부 제공 일자리는 급여가 30만원 수준으로 확 줄어든다”고 토로했다.
이씨의 삶은 ‘고령화의 습격’을 받은 질 낮은 고용시장을 대변하고 있다. 최근 정책당국이 저(低)물가에 골머리를 앓는 것도 이런 구조적인 이유 때문이다.
한 정책 당국자는 “인구 고령화 때문에 임금 협상력이 약한 시간제 일자리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다른 연령층의 임금도 함께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요즘 ‘저물가 미스터리’의 힌트를 준다. 지난달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등 일시 공급 충격을 제외한 기조적 물가)는 1.2%까지 내렸다. 2012년 12월(1.1%) 이후 거의 5년 만의 최저치다. 3%를 훌쩍 넘는 성장률과 달리, 내수 수요는 미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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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 물가의 둔화도 고령화와 관련이 있다. 지난달 상승률은 1.8%. 지난해(2.3%)보다 낮아졌다. 값 싸고 생산성 낮은 노동력이 많아진 탓이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요가 늘지 않는 게 저물가의 원인”이라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도 고령화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도 고용 불안감에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계에서는 이른바 ‘아마존 효과’도 저물가를 불렀다고 보고 있다. 온라인 유통이 보편화하다보니, 공산품 가격이 싸졌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가정용품·가사서비스 물가는 올해 내내 0~2%에 그치고 있다. 공산품(침구류 등)과 서비스(가사도우미료 등) 분야가 합쳐진 품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