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미래부 및 출연연에 따르면 과학기술 출연연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는 기술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KIST는 이병권 현 원장의 재임 결정 이후 ‘4차 산업혁명 선도 기술단’을 구성하고 있다. 이는 이 원장이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것으로, KIST가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 관련 연구 등 여러가지 기술 연구를 진행해 온 만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융합연구를 주도하겠다는 취지다.
KIST는 우선 내부 인력으로 기술단을 구성하고, 필요한 경우 외부에서 인력을 확충한다는 계획 하에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TRI는 소속 책임연구원이었던 하원규 박사(현 초빙연구원)가 지난 2015년 11월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책을 일찌감치 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컴퓨팅 파워에 기반한 기술 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주축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출연연에서는)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등 유력 대선주자들이 4차 산업혁명 대응 방안을 공약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누가 되든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에 대한 일각의 거부감과 정치권 흐름을 지켜보겠다는 입장도 목격되고 있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 자체가 정치적이고 아직 실체가 명확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일단 앞으로의 변화를 지켜보며 올해 예정된 사업들을 소화하고 있다.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사업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