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적령기의 젊은이들이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결혼을 꺼린다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정도가 심각한 지경을 넘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혼인과 사망이 역전돼 사망자 수가 결혼 건수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는 통계청의 분석은 이 같은 우려를 여실히 보여준다. 결혼식장보다 장례식장을 더 자주 찾아야 하는 사회가 눈앞에 닥쳐왔다는 얘기다.
지난해 혼인은 28만 1700건으로 처음으로 30만건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사망자 수는 28만 1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몇 년 전만 해도 6만~7만건 이상 많았던 혼인 건수가 사망자 수와 비슷해진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젊은층의 결혼기피 현상과 급속한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사망자 수가 혼인 건수를 추월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혼인이 줄어들면 출생아도 덩달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작년 출생아는 40만 6300명으로 전년보다 3만 2100명 줄었다. 1970년 통계작성이 시작된 이래 역대 최소치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도 1.17명으로 전년(1.24명)보다 0.07명 줄었다. 혼인과 출생이 동반 감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 지난 1월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웨덱스코리아 결혼박람회에서 예비부부와 관람객들이 결혼준비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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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런 흐름을 돌이키기 쉽지 않다는 점이 걱정이다. 출산 적령기인 25~34세 여성 인구는 2010년 372만명에서 2016년 330만명으로 급감하는 등 계속 감소 추세라고 한다. 게다가 결혼을 하지 않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또 결혼을 해도 출산을 않거나 한 명만 낳는 경우도 늘고 있다.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연간 출생아 40만명’도 이르면 내년에 깨질 공산이 크다고 한다.
결혼 기피와 저출산, 고령화 추세는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경제위기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당장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고 65세 노인 인구가 전체의 14%롤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손 놓고 기다릴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근본 원인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기 힘든 사회가 됐다는 사실이다. 취업난, 주택문제,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현실이 그것이다. 위기의식을 갖고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