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13 총선거에서 경제관료 및 경제학자 출신이 대거 당선되면서 눈길을 끈다. 정당간 치열한 정책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 경제전문가들의 당내 영향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 경제전문가 ‘찬밥’
사상 최악의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각 정당들은 경제전문가 보다는 산업·과학기술 전문가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10순위에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 이름을 올렸다. 김무성 대표의 경제교사로 알려진 김 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공약본부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에는 채이배 전 경제개혁연구위원이 비례대표 6번을 받았다. 채 전 위원은 경제민주화, 공정성장, 재벌구조개혁의 전문가로 꼽힌다. 국민의당에서 그는 국민경제TF(태스크포스) 상황실장, 공정경제위원장을 맡았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라는 선거문구를 내세운 더불어민주당은 그나마 낫다. ‘경제민주화’ 창시자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비례대표 2번에 배정됐고, 비례대표 4번 최운열 서강대 교수와 비례대표 9번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가 국회 입성이 확정됐다. 최 교수는 코스닥위원회 초대위원장, 한국증권연구원 원장을 거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제 대표는 서민금융 전문가로 서민들의 장기연체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해왔다.
경제관료 출신 대거 유입 ‘눈길’
지역구에서는 그나마 경제 전문가들이 대거 당선됐다. 대다수가 경제관료 출신이다. 특히 새누리당의 경우 현 정권에서 행정 실무를 담당했던 경제관료들이 눈길을 끈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을 지낸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도 당선됐다. 그는 최경환 전 장관의 측근이자, 안종범 경제수석과 대구 계성고 동문으로 알려져 있다. 박 정부 초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윤상직 전 장관도 부산 기장군에 당선되며, 국회에 입성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인 새누리당 이혜훈 전 최고위원과 IMF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을 지낸 이종구 전 의원은 각각 서울 서초갑, 강남갑에서 3선에 성공했다.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인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도 경북 안동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참여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더민주 김진표 후보도 4년만에 국회 복귀에 성공하며 4선 고지에 올랐고, 국민의당에서는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 장관이 광주 동남갑에서 당선됐다.
IT부터 디자인까지..기업가 정치인 두각
이번 20대 국회에는 기업가 출신 의원도 상당수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IT 분야가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기업가 출신 정치가인 안 의원은 안랩(옛 안철수연구소)의 창립자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1995년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해 V3 백신 등 국내 대표 보안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고(故) 성완종 전 의원의 동생인 성일종 전 엔바이오컨스 대표는 충남 서산시 태안군에서 당선됐다.
굽네치킨 창업주인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은 경기 김포을에서, 건설기업 원화코퍼레이션 설립자인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은 충북 보은·옥천·영동에서 각각 재선에 성공했다. ‘허니버터칩’ 디자인 제작자로 알려진 김수민 브랜드호텔 대표이사도 국민의당 비례대표 7번을 받았다
전문성 바탕 정책경쟁 필요
.이번 선거는 현 정부의 경제실정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짙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대참패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한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당이 기존에 주장했던 ‘경제활성화’를 피력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의 경우 경제와 관련해 다소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있어 새누리당보다는 더민주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특히 국민의당의 ‘공정성장’과 더민주의 ‘경제민주화’와 유사한 점이 많다. 더민주는 중·하위 계층의 소득·생산성 증가로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더불어성장론’ 주장했다. 국민의당 또한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될 수 있는 공정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야당이 제시하는 ‘경제민주화’와 ‘공정성장’이 현재 경제 위기 상황을 타개할만한 근본적인 방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각 정당의 ‘경제통’들의 역할이 크게 부각될 전망이다. 또한 당리당략이 우선시되는 원내지도부 차원의 ‘정치적 거래’ 보다는 상임위 의원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정책 경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