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사장의 性이야기]⑬전문의가 말하는 여성의 자위

백혜경 성의학 전문의 일문일답
  • 등록 2016-02-26 오전 7:00:00

    수정 2016-02-26 오전 7:00:00

[최정윤·곽유라 플레져랩 공동대표] 큰 맘 먹고 성인용품 판매장을 찾는 이들도 막상 섹스토이를 만지고 진동을 느껴보면 깜짝 놀라며 눈썹을 추켜세운다. 간혹 성인용품이 진짜 성감을 찾는데 도움이 되느냐는 듯 미심쩍은 표정을 짓는 이들도 있다. 자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벗기도 쉽지 않은데 진동하는 기기를 가장 민감한 성감대에 가져다 대라니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섹스토이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그에 대한 해답을 성의학 전문의 백혜경 박사에게 들어보았다. 백 박사는 지난 10년간 성의학 전문의로 활동하며 언론에 300여 편이 넘는 섹스 칼럼 연재 및 400회가 넘는 방송 출연을 한 국내 최고의 성전문의다.

백혜경 성의학 전문의. 사진=플레져랩
-섹스, 그리고 오르가즘은 스트레스를 완화 시켜주는 등 장점이 많다는 것이 이제는 상식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자위도 의학적으로 도움이 되는가?

△자위는 남성과 여성의 생애 전반, 특히 사춘기 이후부터 성인기를 거쳐 노년기까지 나타나는 성적인 욕구를 스스로 잘 해소하기 위해서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행위다. 남성의 90% 이상, 여성의 경우 60% 이상에서 이러한 자위행위를 하고 있다.

자위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중세 이후 금욕적 종교영향을 받은 의학자들 사이에서 형성되었고 현대까지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1950년대 킨제이 박사의 보고서 이후 획기적으로 발전된 성의학 분야에서는 적절한 방식의 자위행위는 오히려 원활한 성 기능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자위행위를 경험한 여성들이 실제 이성과의 성관계에서 오르가즘을 더 잘 느낀다는 보고가 있다. 그래서 현대의 성 치료자들은 성적인 흥분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나 오르가즘을 잘 느끼지 못할 때에 치료적으로 자위행위를 시키기도 한다.

-자위를 하려고 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성기를 어떻게 만져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처음부터 방법을 잘 알고 자위를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한 시행착오를 거쳐서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 그래서 처음 자위를 시도해 보려는 경우 무조건 성적인 흥분이나 오르가즘을 목적으로 하기보다 내 몸이 어떻게 느끼는지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여성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자위법은 손으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것이다. 클리토리스가 가장 민감한 성감대이긴 하다. 그렇다고 클리토리스만 자극하는 것보다는 성기 여러 부위를 다양하게 자극하며 다양한 감각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또 성기 자극 뿐 아니라 몸 전체 여기저기도 자극해보고 그 감각을 느껴보는 경험도 시도해보기를 권한다.

-성인용품을 이용한 자위, 괜찮은 것인가? 질이 넓어진다든가, 음핵이 무뎌진다든가 하는 점이 염려되기도 한다.

△섹스토이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중 여성을 위한 자위 기구로 잘 알려진 것이 바로 바이브레이터와 딜도다. 바이브레이터는 특히 클리토리스를 잘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진 진동자극기이다. 딜도는 남성의 성기 형태로 만들어진 질내 삽입형 자위 기구다. 최근에는 이 딜도와 바이브레이터가 결합한 형태로 만들어진 딜도형 바이브레이터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질 내에 삽입하는 딜도형 자위 기구로 인해 질이 넓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삽입 성행위를 자주 할 때에도 같은 문제는 생길 수 있다. 질근육의 탄력을 강화하는 케겔 운동 등으로 예방 및 개선할 수 있다.

매일 하루에 수차례 이상 지나친 횟수로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해서 자위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바이브레이터 자극으로 인한 음핵 감각의 저하는 흔히 생기는 문제라고 보기 힘들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성 치료자들이 손이나 바이브레이터를 이용한 성기 자극, 즉 자위행위를 오르가즘 장애의 치료법으로 쓰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여기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최정윤(오른쪽)·곽유라 플레져랩 공동대표. 사진=플레져랩
- 바이브레이터를 이용해서 자위하면 중독되거나 하진 않을까? 아무래도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될 듯 싶다.

△이에 대해 우려를 하는 분들이 상당히 있는 것 같은데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하시는 모든 분이 무조건 중독이 되거나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지는 않는다. 물론 자위 중독적인 행동이 나타나거나 더 강한 감각을 찾는 예도 있지만 대부분 큰 문제가 없다.

이런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는 자위중독 이외에도 다른 중독성향이 원래 있었거나 우울, 불안 등의 문제가 동반된 경우가 많다. 또 당사자의 성 기능에 원래 문제가 있거나 성 기능 저하가 온 경우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는 경우가 있다.

-파트너가 있는 경우에도 자위를 하는 게 정상인 걸까?

△섹스파트너가 있는 경우에도 자위를 할 수 있다. 주말부부나 장거리 커플 등 사정상 파트너와 성관계를 자주 가지지 못하는 경우 등에서 자위는 정상적이고 건강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파트너와 성관계는 거의 하지 않고 자위만 한다거나 자위 횟수가 지나치게 많다면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파트너와의 성관계를 갈등이나 우울증, 성적인 트라우마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성욕저하나 성 기피증, 성관계 시 통증이 있는 성교통, 오르가즘 등 만족감을 잘 느끼지 못하는 오르가즘 장애 등이 있을 때 파트너와의 성관계를 기피하고 자위를 더 선호하게 되기도 한다. 특히 여성이 남성과의 관계에서 오르가즘을 잘 느끼지 못해서 자위를 더 선호하게 되기도 하는데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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