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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선 기자] 우리 군은 내년 7월까지 국산 장갑차인 K21의 3차 양산분을 모두 전력화할 예정이다. 국내 개발된 21세기형 장갑차는 독일, 미국, 러시아 등 군사 선진국의 장갑차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K21 장갑차의 K는 ‘Korea’ 21은 ‘21세기’를 뜻한다. 우리나라가 만든 21세기형 장갑차라는 의미다.
이름대로 우리 군이 자체 개발한 K21 장갑차는 오랜 진통 끝에 세상에 태어났다. K21장갑차는 1991년 도입 필요성이 대두된 지 18년 만에 개발이 시작됐다. 개발이 끝난 이후로도 수차례 결함이 발견돼 수정보완을 거쳤다. 명품무기가 탄생하고 나라 안팎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과정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장갑차는 말 그대로 ‘장갑(Armored)+차(Vehicle)’다. 적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장갑을 두른 차량을 모두 장갑차다. 장갑차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기갑 화력장비인 전차(Tank)의 공격을 지원하는 병력을 수송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발했다. 빠르게 달리는 전차를 보병이 보조할 수 없었고 이동하는 병력들은 적의 공격에 무방비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병수송이 목적인 장갑차는 APC(Armored Personnel Carrier·보병수송용차량)이라 부른다. 이후 공격능력을 갖춘 장갑차가 등장했다. 기존의 장갑차가 ‘전장의 버스 또는 택시’와 같았다면 IFV(Infantry Fight Vehicle·보병전투차량)은 공격 능력이 추가됐다. IFV는 보병에게 기동력, 방호력, 화력을 동시에 제공한다. 장갑차의 공격 능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전차와 경계가 모호해졌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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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 방호력, 중량은 선진 기술에 훨씬 미치지 못했고 알루미늄 동체 구조물 제작 기술도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첫 번째 국산 장갑차의 이름은 K200. 시험평가에서 200개의 결함을 찾아내 완벽한 성능의 장갑차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름이다.
그러나 K200 장갑차는 단순 병력수송용 장갑차(APC)에 불과했다. 성능은 북한의 M1973, BMP-2 장갑차보다 떨어졌고 탑승전투도 어려웠다. 느린 속도 탓에 우리 군의 주력전차인 K1A1과 차기 전차 K2와 호흡을 맞출 수 없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미래전을 대비하고 우리 기계화부대의 전투력을 극대화할 보병전투장갑차(IFV)의 개발이 필요했다.
군은 1999년 말부터 2002년 말까지 우리가 보유한 장갑차 개발 기술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탐색개발을 통해 개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 2003년부터 2007년까지 ADD, 방위사업청, 육군, 시제업체는 K21 장갑차를 설계하는 체계개발을 진행해 한반도 전장 환경에 맞는 전투장갑차를 개발했다. K21에는 1980년대부터 전차, 장갑차, 자주포를 개발하면서 축적해온 기술이 집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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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장으로는 분당 300발을 쏠 수 있고 지상 2km, 대공 4km까지 공격이 가능한 40mm 중기관포(K40)를 장착하고 있다. 날개안정분리 철갑탄과 복합기능탄 등 탄종을 선택해 발사할 수 있다. 날개안정분리 철갑탄은 적 장갑차를 단숨에 파괴할 수 있고 복합기능탄은 목표물이 7m 이내까지 근접하면 자동으로 폭발해 수백개의 파편으로 밀집한 보병부대를 무력화할 수 있다.
또한 사수를 위한 열영상 조준경과 레이저 거리측정기, 디지털 탄도계산기가 연동돼 있어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고 한번에 여러 표적을 상대할 수도 있다. 위성 및 관성항법장치, 차량 간 정보체계, 지상부대와 연결이 가능한 지상전술 C4I 체계가 적용돼 있다. 전장정보를 아군 전투차량과 실시간 공유할 수 있어 다차원적인 협동 전투가 가능하다.
ADD 관계자는 “K21 장갑차는 수상 기동속도를 제외하고는 기동력, 화력, 생존성, 사격·지휘통제 등 종합적으로 성능을 살펴봤을 때 러시아 BMP-3 장갑차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K21 장갑차는 결함 문제로 여러번 곤욕을 치렀다. 2009년 12월과 2010년 7월 수상 기동시험 및 교육훈련 중 침몰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설계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보완이 이뤄졌다. K21 장갑차 앞쪽 밑부분에 장착된 파도막이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ADD는 지난해 말 경기도 포천 다락대시험장에 국회, 언론 관계자를 초청해 파도막이를 해머로 직접 내리치는 시연회를 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