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출신 인사가 사장까지 오른 만큼 직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는 유상증자, 유휴자산 매각, 비용 절감 등 재무 구조 건전성을 확보하고, 해외사업 확대 등 의욕적인 운영방침을 밝히며 적극적인 경영을 펼쳤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만큼 후배들을 독려하며 한국가스공사의 미래를 그려나갔다. 후배들도 지금처럼 열심히 한다면 장 전 사장처럼 회사의 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부풀었다.
하지만 그의 성공 신화는 1년 반 만에 끝났다. 올해 1월, 그는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부패혐의와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으면서다. 장 사장은 2013년 7월부터 예인선 업체에서 법인카드와 차량 등 2억 8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예인선 업체가 가스공사와 계약을 맺고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항구 접안을 위한 업무를 해왔다는 점 등으로 보아 대가성이 있다는 것이다.
1차적으로는 장 전 사장의 부패 혐의가 근본적인 문제이지만,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장 전 사장이 정부에 미운털이 박혔던 탓이라는 소문도 파다했다. 가스공사 사장 자리는 주로 산업부 차관에게 돌아갔는데, 장 전 사장이 이를 밀어내고 사장에 올랐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먼지를 털어서 문제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면서 “개인 비리 문제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내부 출신 사장의 한계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패·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거나 기소된 공기업 사장은 장 사장뿐만이 아니다. 조계륭 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은 공사의 전신인 수출보험공사에 입사해 주요 요직을 거친 내부 출신 사장이다. 하지만 그는 가전업체 모뉴엘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으며 낙마했다. 내부 승진 케이스인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원전 용수처리 업체로부터 납품 계약과 관련해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징역을 살고 있다.
▶ 관련기사 ◀
☞ [승진이 싫은 공기업]“공기업 임원 승진은 곧 명퇴"
☞ [승진이 싫은 공기업]적은 급여·짧은 임기..그들이 임원을 기피하는 이유
☞ [승진이 싫은 공기업]'임원 vs 평직원'..한전 직원 A씨의 셈법
☞ [승진이 싫은 공기업]공기업 임원 처우, 민간과 비교해 봤더니
☞ [승진이 싫은 공기업]기관장은 낙하산…“롤모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