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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세계 2위 자동차업체인 독일 폭스바겐(VW) 내부의 권력 다툼이 마무리됐다. 마르틴 빈터콘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를 사실상 압도한 가운데 빈터콘 CEO를 몰아내는데 실패한 페르디난트 피에히 이사회 회장이 물러나기로 했다.
폭스바겐을 대표하는 국민차 `비틀` 개발자인 페르디난트 포스쉐의 손자인 피에히 회장은 25일(현지시간) 밤 즉시 이사회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CEO로서 9년, 이사회 회장으로서 22년간 지속해온 회사 관리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이에 앞서 이사들이 모든 참석한 폭스바겐 조정위원회는 브라운슈바이그에서 회동을 갖고 “지난주 충돌사태에 비춰볼 때 성공적인 공동 관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상호 신뢰가 CEO와 회장간에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피에히는 회사에서 물러나기로 했고, 그의 아내인 우르술라 역시 회사 이사직에서 사퇴하기로 했다.
앞서 피에히 회장은 빈터콘 CEO와 충돌 양상을 보이며 폭스바겐 내부 리더십에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 페르디난트 피에히 회장이 마르틴 빈터콘 CEO에 대한 불신임 방침을 정하자 빈터콘 CEO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
빈터콘을 대신할 CEO를 물색해 온 피에히 회장이 지난 11일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 “빈터콘 CEO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두 리더간의 불협화음이 크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최근 미국에서의 매출이 줄어들고 핵심 사업이 부진해지면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수십억유로의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빈터콘 CEO에 대한 신뢰도 떨어진 상태였다. 특히 작년말 빈터콘이 폭스바겐그룹 CEO로 물러나고 폭스바겐부문 CEO로 BMW 부회장 출신인 헤르베르트 디에스를 영입하면서 그룹 CEO가 대표 브랜드인 폭스바겐을 책임지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빈터콘 CEO는 8년간 폭스바겐을 이끌면서 독일에서의 높은 노동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던 폭스바겐을 전세계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자동차 회사로 탈바꿈시킨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당초 8개였던 브랜드는 이 기간중 12개로 늘어났고 공장수도 100개를 넘어 2배 이상 증가했다.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역사상 처음으로 1000만대를 넘어서며 64%나 늘어났다.
실제 지난주 폭스바겐 이사회는 성명을 내고 “빈터코른은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의 최고 경영자”라며 “이사회는 내년 빈터코른과 계약을 연장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혀 사실상 빈터콘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