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미국 신용카드업계 거인들이 카드 이용 수수료 문제를 놓고 카드 가맹 소매업체들과 7년간 벌여 온 분쟁에서 결국 무릎을 꿇었다. 이에 따라 카드업계는 소매업체들에 8조원이 넘는 합의금을 지급하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카드업계의 불공정한 수수료 책정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가맹점 연합체 측은 지난 14일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대형 카드사와 주요 은행이 총 72억5000만달러(한화 약 8조3400억원)를 소송 합의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72억5000만달러는 소매업체들이 그간 신용카드사에 낸 수수료 60억달러에다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카드업계의 잠재적 손실을 합친 것. 법정이 이를 승인하면 카드업계가 내놔야 하는 합의금은 미국 독점금지 소송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된다.
이중 비자가 가장 많은 44억달러를 부담하며 마스터카드는 7억9000만달러를 낸다. 함께 피소된 JP모간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뱅크, 웰스파고, 캐피털 원 등도 합의금을 공동 부담하게 된다.
이 소송의 시작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매업체들은 소비자가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카드업계가 부과하는 수수료가 너무 높다며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크루거와 세이프웨이, 월 그린 등이 초기 소송에 참여한 이후 소송 바람이 전 소매업체들로 퍼져 나가면서 현재 미국 내 700만 소매업체들이 집단 소송에 동참한 상태다.
미국의 카드 수수료율은 거래액의 평균 2% 내외 수준. 소매업체들은 매년 300억달러를 카드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다. 소매업체들은 이번에 카드업계로부터 거액의 합의금을 이끌어 낸 것은 물론 카드 사용 고객에게 추가 요금을 부과하겠다는 계획도 관철하는 데 성공했다.
카드 수수료 담합 척결에 앞장서 온 피터 웰치 미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번 합의는 과다 수수료와 이를 책정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금융업계 관행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