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연중 최대` 급락..글로벌 침체우려

3대지수 2%대 추락..연간수익률도 (-)로 전환
공포지수 급반등..금융-소비재 관련주 약세주도
  • 등록 2012-06-02 오전 5:06:54

    수정 2012-06-02 오전 5:06:54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6월 첫 거래일에도 뉴욕증시가 큰 폭으로 추락했다. 3대지수가 모두 2%대의 낙폭을 보이며 올들어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중국부터 유로존, 미국까지 글로벌 경제 침체가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시장을 짓눌렀다.   1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274.88포인트, 2.22%나 급락한 1만2118.57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32.29포인트, 2.46% 낮은 1278.04를, 나스닥지수 역시 전일대비 79.86포인트, 2.82% 떨어진 2747.48을 각각 기록했다. 이로써 다우지수는 이미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S&P500과 나스닥지수도 마이너스 전환이 임박했다. 주간 기준으로도 다우가 2.7%, S&P500이 3%, 나스닥이 3.2% 각각 하락했다.     중국과 유로존의 제조업 경기지표가 동반 부진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미국의 5월 비농업 취업자수가 1년만에 최저치인 6만9000명 증가에 그치며 시장심리를 크게 악화시켰다. 또 미국의 ISM 제조업지수도 예상외 부진을 보이며 경기 둔화를 재확인시켰다. 그나마 미국의 4월 개인 소비지출은 견조한 모습을 보였지만, 개인 소득 증가는 저조했고 저축률도 크게 낮아져 소비지출 증가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됐다. 

시장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 재개 루머가 돌았고, 오후 들어서는 아일랜드 국민투표에서 신재정협약 비준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지수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흔히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인 VIX는 26선 위로 다시 올라갔다. 모든 업종들이 추락한 가운데 금융주와 소비재관련주들이 특히 부진하며 약세를 주도했다. 휴렛-패커드(HP)가 6.35% 하락하고 아멕스가 4.32% 하락하는 등 대형주가 약세장을 주도했다. 전날 반등했던 페이스북도 이날 6.35%나 급락하며 다시 주가 27달러대로 내려 앉았다.   그루폰은 내부 주주들의 기업공개(IPO) 이후 자사주 매각시한이 종료됐다는 소식에 매물 부담이 늘어나 9% 가까이 추락했다.   비컨페더럴뱅코프는 버크셔힐스뱅코프가 회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식에 44.59%나 폭등했고, 버크셔힐스 측은 5% 가까이 하락했다. 휴즈 텔레매틱스도 버라이존의 인수 가능성에 171%나 치솟았지만 역시 버라이존은 1.49% 떨어졌다.

◇ 미국 車판매 `기대이하`..현대·기아 `순항`

미국의 지난달 자동차 판매가 전년대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대체로 시장 기대에는 못미친 성적을 보였다.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고용 성장도 더딘 모습인데다 유로존 위기까지 고조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수요가 다소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5월에 미국에서 24만5256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전년동월대비 1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9년 8월 이후 2년 10개월만에 최대 월간 판매량이다. 그러나 시장 예상치에는 다소 못미쳤다. 2위 업체인 포드자동차는 5월중 미국에서 자동차를 총 21만5699대 판매했다. 이는 전년동월대비 13% 증가한 것으로, 시장 예상치인 12% 증가를 웃돌았다. 크라이슬러도 15만41대로, 전년동월대비 30% 증가했지만 시장 예상치인 40% 증가에는 못미쳤다.

이와 관련, 게리 브래드쇼 헛지스캐피탈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확실히 미국 경제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자동차 판매가 작년보다는 개선되겠지만, 당초 기대에 비해서는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세가 더딜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145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날 GM과 포드는 실제 판매량은 이보다 다소 적을 것으로 점쳤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한국 업체들은 5월 판매량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순항을 보였다. 현대자동차는 전년동월대비 13% 이상 증가한 6만7019대를 판매해 5월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아자동차도 5월중 미국에서 5만1771대를 판매, 전년동기대비 7.4% 늘었다. 이 역시 5월 기준 사상 최고치며, 21개월 연속 월별 판매량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 스페인·伊 국채 `빨간불`..ECB 국채매입說 `솔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부도위험이 함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처럼 위기징후가 커지자 시장에서는 오히려 유럽중앙은행(EC)의 개입 기대가 커지며 이들 국채값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마켓워치에 따르면 시장 조사기관인 마킷사는 이날 오전 스페인의 5년만기 국채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가산금리가 전날 596bp에서 610bp(6.10%포인트)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상 최고치로, 스페인 국채를 1000만달러 어치 매입한 뒤 국채 디폴트(지급불능)시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한 해 보험료로 61만달러씩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이탈리아의 5년만기 CDS 가산금리도 전일대비 22bp 높아진 579bp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이런 위기징후에도 ECB의 국채매입 재개설이 파다하게 퍼지면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값은 오히려 큰 폭으로 뛰고 있다(국채금리 하락). 이날 장중 이탈리아의 시장 벤치마크인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전일대비 무려 21bp나 하락한 5.69%를 기록하고 있고,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금리도 9bp 떨어진 6.47%를 기록하고 있다.

웨스트LB의 존 데이비스 금리담당 스트래티지스트는 "재정위험국들의 국채금리가 빠르게 오르자 시장에서는 ECB가 국채 매입을 재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퍼지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도 ECB의 매입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지만, 설령 매입을 재개한다 해도 그 효과는 금리를 30~40bp 낮추는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미국-유로존 제조업경기 동반 부진

미국의 5월중 제조업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신규주문이 호조를 보였지만 고용과 제품가격 등이 부진했다. 최근 반등 기대를 높였던 제조업 경기는 다소 정체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전미 공급관리자협회(ISM)는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3.5로, 지난 4월의 54.8보다 하락했다. 시장 예상치인 53.8에도 못미쳤다. 다만 지수는 기준치인 50선을 넘어 여전히 경기 확장세를 유지했다. 세부항목별로는 신규주문지수가 60.1로 앞선 4월의 58.2보다 높아졌지만, 고용지수는 57.3에서 56.9로 낮아졌고 제품가격지수도 61.0에서 47.5로 크게 추락했다. 생산은 5포인트 하락한 55.6을 기록했다.

이날 시장 조사기관인 마킷사는 유로존 17개 회원국의 5월중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5.1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월 45.9보다 낮아진 것으로, 3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악화됐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45.0에는 부합하는 수준이었지만, 기준치인 50선을 밑돌면서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같은 제조업 경기지수는 분기 기준으로 1% 정도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美 고용지표 `쇼크`..취업자수 1년래 최저

지난 5월 미국 고용지표가 또다시 실망스러운 실적을 냈다. 비농업 취업자수는 7만명에도 못미치는 저조한 실적이었다. 실업률도 올라 고용경기가 뚜렷하게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미 노동부는 지난달 미국 비농업 취업자수가 전월대비 6만9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한 15만명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1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또 앞선 4월 취업자수도 종전 11만5000명에서 7만7000명으로, 3월 취업자수도 15만4000명에서 14만3000명으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민간부문 취업자수 증가는 8만2000명으로, 시장 예상치인 16만명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4월 민간 취업자수도 13만명에서 8만7000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정부부문 취업자수도 1만3000명이나 줄었다.

지난달 실업률은 8.2%로, 전월의 8.1%에서 소폭 상승했고 시장에서 예상했던 8.1%에도 못미쳤다. 이같은 실업률 상승은 구직자가 늘어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5월중 노동시장 참가율은 63.8%로, 지난 4월의 63.6%보다 다소 높아졌다.

◇ 아일랜드, 신재정협약 비준.."유로존 안정 기대"

아일랜드가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의 신재정협약을 비준 승인했다. 이로써 EU의 재정 건전화 노력은 물론이고 최근 추진 중인 금융과 재정동맹 강화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날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지난달 31일 실시했던 국민투표에서 기존 여론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찬성 60.3%, 반대 39.7%의 압도적 표 차이로 신재정협약 비준을 승인하기로 결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는 TV연설을 통해 "아일랜드 국민들의 결단과 실용주의에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고, 헤르만 반 롬퍼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이는 유로존의 회복과 안정에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몬 길모어 아일랜드 부총리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비준 승인으로 유로존내 금융기관들과 아일랜드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이번 국민투표는 구제금융에 따른 긴축 여부를 묻는 투표라는 성격상 다음달 17일에 있을 그리스 재총선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그리스 여론조사에서는 긴축정책에 찬성하는 1당인 신민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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