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 재개 루머가 돌았고, 오후 들어서는 아일랜드 국민투표에서 신재정협약 비준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지수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흔히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인 VIX는 26선 위로 다시 올라갔다. 모든 업종들이 추락한 가운데 금융주와 소비재관련주들이 특히 부진하며 약세를 주도했다. 휴렛-패커드(HP)가 6.35% 하락하고 아멕스가 4.32% 하락하는 등 대형주가 약세장을 주도했다. 전날 반등했던 페이스북도 이날 6.35%나 급락하며 다시 주가 27달러대로 내려 앉았다. 그루폰은 내부 주주들의 기업공개(IPO) 이후 자사주 매각시한이 종료됐다는 소식에 매물 부담이 늘어나 9% 가까이 추락했다. 비컨페더럴뱅코프는 버크셔힐스뱅코프가 회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식에 44.59%나 폭등했고, 버크셔힐스 측은 5% 가까이 하락했다. 휴즈 텔레매틱스도 버라이존의 인수 가능성에 171%나 치솟았지만 역시 버라이존은 1.49% 떨어졌다.
◇ 미국 車판매 `기대이하`..현대·기아 `순항`
미국의 지난달 자동차 판매가 전년대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대체로 시장 기대에는 못미친 성적을 보였다.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고용 성장도 더딘 모습인데다 유로존 위기까지 고조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수요가 다소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5월에 미국에서 24만5256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전년동월대비 1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9년 8월 이후 2년 10개월만에 최대 월간 판매량이다. 그러나 시장 예상치에는 다소 못미쳤다. 2위 업체인 포드자동차는 5월중 미국에서 자동차를 총 21만5699대 판매했다. 이는 전년동월대비 13% 증가한 것으로, 시장 예상치인 12% 증가를 웃돌았다. 크라이슬러도 15만41대로, 전년동월대비 30% 증가했지만 시장 예상치인 40% 증가에는 못미쳤다.
이와 관련, 게리 브래드쇼 헛지스캐피탈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확실히 미국 경제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자동차 판매가 작년보다는 개선되겠지만, 당초 기대에 비해서는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세가 더딜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145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날 GM과 포드는 실제 판매량은 이보다 다소 적을 것으로 점쳤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한국 업체들은 5월 판매량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순항을 보였다. 현대자동차는 전년동월대비 13% 이상 증가한 6만7019대를 판매해 5월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아자동차도 5월중 미국에서 5만1771대를 판매, 전년동기대비 7.4% 늘었다. 이 역시 5월 기준 사상 최고치며, 21개월 연속 월별 판매량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 스페인·伊 국채 `빨간불`..ECB 국채매입說 `솔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부도위험이 함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처럼 위기징후가 커지자 시장에서는 오히려 유럽중앙은행(EC)의 개입 기대가 커지며 이들 국채값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마켓워치에 따르면 시장 조사기관인 마킷사는 이날 오전 스페인의 5년만기 국채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가산금리가 전날 596bp에서 610bp(6.10%포인트)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상 최고치로, 스페인 국채를 1000만달러 어치 매입한 뒤 국채 디폴트(지급불능)시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한 해 보험료로 61만달러씩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이탈리아의 5년만기 CDS 가산금리도 전일대비 22bp 높아진 579bp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웨스트LB의 존 데이비스 금리담당 스트래티지스트는 "재정위험국들의 국채금리가 빠르게 오르자 시장에서는 ECB가 국채 매입을 재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퍼지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도 ECB의 매입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지만, 설령 매입을 재개한다 해도 그 효과는 금리를 30~40bp 낮추는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미국-유로존 제조업경기 동반 부진
미국의 5월중 제조업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신규주문이 호조를 보였지만 고용과 제품가격 등이 부진했다. 최근 반등 기대를 높였던 제조업 경기는 다소 정체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전미 공급관리자협회(ISM)는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3.5로, 지난 4월의 54.8보다 하락했다. 시장 예상치인 53.8에도 못미쳤다. 다만 지수는 기준치인 50선을 넘어 여전히 경기 확장세를 유지했다. 세부항목별로는 신규주문지수가 60.1로 앞선 4월의 58.2보다 높아졌지만, 고용지수는 57.3에서 56.9로 낮아졌고 제품가격지수도 61.0에서 47.5로 크게 추락했다. 생산은 5포인트 하락한 55.6을 기록했다.
이날 시장 조사기관인 마킷사는 유로존 17개 회원국의 5월중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5.1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월 45.9보다 낮아진 것으로, 3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악화됐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45.0에는 부합하는 수준이었지만, 기준치인 50선을 밑돌면서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같은 제조업 경기지수는 분기 기준으로 1% 정도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美 고용지표 `쇼크`..취업자수 1년래 최저
이날 미 노동부는 지난달 미국 비농업 취업자수가 전월대비 6만9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한 15만명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1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또 앞선 4월 취업자수도 종전 11만5000명에서 7만7000명으로, 3월 취업자수도 15만4000명에서 14만3000명으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민간부문 취업자수 증가는 8만2000명으로, 시장 예상치인 16만명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4월 민간 취업자수도 13만명에서 8만7000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정부부문 취업자수도 1만3000명이나 줄었다.
지난달 실업률은 8.2%로, 전월의 8.1%에서 소폭 상승했고 시장에서 예상했던 8.1%에도 못미쳤다. 이같은 실업률 상승은 구직자가 늘어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5월중 노동시장 참가율은 63.8%로, 지난 4월의 63.6%보다 다소 높아졌다.
◇ 아일랜드, 신재정협약 비준.."유로존 안정 기대"
아일랜드가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의 신재정협약을 비준 승인했다. 이로써 EU의 재정 건전화 노력은 물론이고 최근 추진 중인 금융과 재정동맹 강화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날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지난달 31일 실시했던 국민투표에서 기존 여론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찬성 60.3%, 반대 39.7%의 압도적 표 차이로 신재정협약 비준을 승인하기로 결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는 TV연설을 통해 "아일랜드 국민들의 결단과 실용주의에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고, 헤르만 반 롬퍼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이는 유로존의 회복과 안정에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몬 길모어 아일랜드 부총리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비준 승인으로 유로존내 금융기관들과 아일랜드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이번 국민투표는 구제금융에 따른 긴축 여부를 묻는 투표라는 성격상 다음달 17일에 있을 그리스 재총선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그리스 여론조사에서는 긴축정책에 찬성하는 1당인 신민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