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아파트가 송파구보다 비싸… ''기현상 속출''

강남 강북 집값 역전 대형 소형 전세 역전
강남 공급 넘치고 강북은 물량 부족
전문가들 "내집마련 전략 수정해야"
  • 등록 2008-08-14 오전 8:39:58

    수정 2008-08-14 오전 8:39:58

[조선일보 제공] 요즘 부동산 거래 시장에선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으로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을 뒤바꿔 놓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같은 면적이라도 서울 강남보다 강북 아파트 값이 더 높아지는가 하면, 전세금의 경우엔 면적이 더 작은 아파트가 더 큰 것보다 사실상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기일수록 주택을 구입할 때 '어디가 좋다'거나 '넓은 게 더 좋다' 식의 고정관념을 탈피, 해당 지역 주택의 수요와 공급을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노원구 아파트가 송파구보다 비싸

13일 시세조사업체 '스피드뱅크'와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송파구 풍납동 A아파트 106㎡(32평)형은 요즘 같은 면적의 노원구 중계동 B아파트보다 3000만~4000만원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B아파트 값이 올해 들어 1억원 가량 뛴 반면 A아파트는 이 기간에 시세(4억7000만~5억9000만원)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송파구 방이동의 C아파트 106㎡(32평) 역시 똑같은 크기의 노원구 월계동 D아파트보다 1000만~2000만원 낮은 4억7000만~5억3000만원에 매매 시세가 형성돼 있다.

전세금 역시 강·남북 역전(逆轉)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자녀 교육 이주 수요로 강세를 보였던 강남 전세금도 일부 지역에선 강북에 밀리고 있다. 3000가구 넘는 대단지에 지하철역도 가까운 서울 송파구 E아파트가 대표적. E아파트 112㎡(34평)형에 전세를 얻으려면 1억6000만~2억1000만원이면 되지만, 노원구 공릉동 F아파트 109㎡(33평)를 원한다면 이보다 500만~1000만원은 더 줘야 한다.

강남·북뿐 아니라 면적 간 역전 현상도 나타난다. 입주가 한창인 서울 잠실의 재건축 아파트 단지 일대에선 전세시세가 79㎡(24평)형 2억4000만~2억6000만원, 109㎡(33평)형 2억6000만~3억원이다. 3.3㎡(1평) 기준으로 따져보면 79㎡형이 평균 1042만원, 109㎡형이 평균 848만원으로 오히려 79㎡형이 훨씬 비싸다. 스피드뱅크 조민이 팀장은 "지금까지 강남 지역 전세금은 면적에 관계없이 3.3㎡당 기준으론 대부분 비슷했는데, 최근 들어 면적이 더 작은 아파트의 3.3㎡당 가격이 더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입주 홍수가 원인

전문가들은 "강남권에 새 아파트가 대거 입주하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반면, 강북지역은 입주 물량이 부족해 집값과 전세금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부동산써브' 조사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올해까지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 3개 구에서 신규 입주한 아파트는 4만7913가구나 된다. 반면, 이 기간 노원·도봉·강북 등 강북 3개 입주 물량은 3042가구에 불과하다. 올해만도 송파구에선 2만 가구, 서초구에서도 3000가구 이상이 입주하며 인근 시세를 끌어 내리는 반면, 강북 3개 구에선 입주 물량이 거의 없다. 특히 강남 지역 입주 물량 가운데는 102~112㎡(30평대 초반) 물량이 압도적으로 많아 오히려 20평대 아파트 전세금이 더 높아지는 기현상을 촉발시키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강북의 경우, 잇따른 뉴타운·재개발 공사로 인해 이사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지금과 같은 강·남북 역전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더 감' 이기성 사장은 "누가 뭐래도 부동산은 수급에 의해서 움직이는 시장"이라며 "집을 사거나 세를 얻을 때도 무조건적으로 인기 지역을 추종하기보다는 지역별 수급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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