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가구회사 사장 유해용(49)씨는 8월 1일부터 3박4일 동안 가족과 함께 가는 제주도 여행을 계획 중이다. 10번 넘게 제주도 여행을 갔다는 유씨는 이번에 처음으로 비행기가 아닌 기차―크루즈 편을 선택했다. 유씨는 "비행기는 너무 비싸고 자동차 여행은 막힐 것 같아 편하고 저렴한 KTX(용산~광주·3시간10분)·셔틀버스(1시간50분)·크루즈(완도~제주·2시간50분)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기차, 셔틀버스, 크루즈를 합한 제주 왕복 교통비는 15만8800원. 유씨 부부와 두 자녀가 여행하면 유류할증료만 1인당 3만800원이 붙는 비행기에 비해 교통비가 약 25만원 절약된다.
고유가·고환율로 비행기와 자동차가 주춤하는 사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기차가 급부상하고 있다. '고유가 시대엔 철도'라며 지난해 4월부터 철도 관련 주를 사들이고 있는 워런 버핏(Buffett)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전망'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올해 6월 총 900만7164명이 기차를 이용해 2001년 6월(904만4327명)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6월 KTX 이용객은 301만4677명으로 2004년 개통 후 가장 많았다. 지난달 제주, 여수행을 제외하고 김포 출발 국내선 항공 이용객이 모두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휴가철 열차 예약도 크게 늘어 올해 5월 1일~7월 10일 사이 7·8월 열차표를 예약한 사람(94만1005명)은 지난해(81만5314명)보다 12만5691명 증가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17~24세에 한 해 7일 동안 기차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5만4700원짜리 '내일로 티켓'이 인기다. 지난해 처음 선보여 8822개가 판매됐던 이 티켓은 좌석 예약과 KTX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7월 15일 현재(8월 31일까지 판매) 1만2000개 넘게 팔려나갔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기차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뉴욕타임스는 6월 말 '연료비 상승으로 여행객들이 기차로 이동한다'는 기사에서 비행기와 자동차 여행에 밀렸던 기차의 부활을 소개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앰트랙(Amtrak·전미철도여객수송공사)은 올해 5월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여객 수, 티켓 수익 두 분야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저가항공에 밀리던 도버해협 횡단 열차 유로스타(Eurostar) 이용객은 지난해 처음으로 800만을 돌파한 후 올해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유가 상승과 더불어 초고속 철로 '하이 스피드 1(High Speed 1)'을 개통하고 환승이 편한 런던 세인트 팬크라스(St. Pancras) 역으로 정류장을 옮긴 것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