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욱 농심 회장은 15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일문일답을 통해 광고중단운동에 대한 고소 여부를 묻는 질문에 "'많은 피해를 보지 않았느냐. 왜 하지 않느냐'는 권유를 받았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같은 내용의 전화가 지난 주 검찰수사관으로부터 농심 임원에게 걸려왔으며 "소수 고객의 의견도 중요하기 때문에 고소를 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농심의 한 고위관계자도 "지난주 통화 뒤에 검찰 수사관이 회사를 직접 찾아와 '피해를 많이 봤는데 왜 고소를 하지 않느냐, 왜 협조하지 않느냐'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동안 검찰에서 '회사의 입장을 밝혀달라, 얼마나 매출이 줄었는지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에 대한 문의가 왔으나 소수 고객의 의견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고소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불거지자 "검찰이 참고인 자격으로 우리에게 협조를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다"고 말을 뒤집었다.
검찰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것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관들이 농심에 가기는 했지만 고소를 하라고 한 적은 없다"며 "농심은 광고중단운동의 대상업체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송상교 변호사는 "검찰이 광고주에 대한 네티즌의 압박전화를 업무방해로 주장했는데 스스로 똑같은 행위를 한 것"이라며 "권한 남용인 것 같다"고 비난했다.
송 변호사는 이어 "네티즌들의 광고중단운동을 불법으로 규정한 뒤 출국을 금지하고 압수수색을 한 것에 국민들은 불신할 수 밖에 없다"며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에는 포털사이트 다음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카페 개설자 이모씨 등 네티즌 5∼6명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으며 조만간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다음은 고소 권유와 관련한 손욱 회장의 기자회견 발언
-불매운동을 한 네티즌들을 고발할 생각은 없나.
▲소수의 의견도 경청하자는 차원에서 고발 등을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고객의 목소리를 더욱 귀기울일 것이다.
-검찰에서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나.
▲물론 검찰 측에선 가장 많은 피해보지 않았느냐, 왜 안하느냐는 식의 권유가 있었다. 또 불매운동에 따른 매출 감소 및 피해 수치 등을 밝혀달라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내부적인 깨달음이 먼저라고 생각해 앞장서서 나서지 않기로 했으며, 정도경영을 통해 고객들로부터 신용을 쌓아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