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R` 그림자..기술주 구원투수 될까

어닝시즌 `한복판`..애플 등 기술주 실적 `촉각`
채권보증업체 신용등급 하향..신용위기 `새국면`
지표 `한산`..다보스 포럼 글로벌 경제 전망 `관심`
  • 등록 2008-01-20 오후 12:03:12

    수정 2008-01-20 오후 1:30:15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이미 경기후퇴(recession)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월가가 비관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잇달아 공격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과 경기 부양책을 제시했지만 뉴욕 주식시장의 하락에 제동을 거는데 실패했다.

오히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면..`이라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며 경기후퇴 우려감만 키운 꼴이 됐다. 월가에서는 `이미 때를 놓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시작된 주택시장 침체와 신용 위기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미 실물경제 곳곳으로 파고들었다. 특히 미국 경제의 양대 버팀목으로 일컬어지는 소비와 고용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면서 경기후퇴 우려감은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경기후퇴 우려 속에 채권 보증업체들의 등급 하향으로 신용 위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세계 2위 채권 보증업체인 암박 파이낸셜이 최고 신용등급을 상실한데 이어 1위인 MBIA도 최고 등급을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채권 보증업체의 신용등급 하향은 이들 업체가 보증한 채권 등급까지 줄줄이 하향 조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자금조달 비용 등이 늘어나게 되면 사실상 금리를 올린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신용 위기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팽배한 비관론 속에 일각에서는 새해 들어 내내 미끄럼을 타기만 했던 뉴욕 주식시장이 이번 주에는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구원투수는 바로 기술주다.

어닝시즌의 한복판에 접어든 가운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퀄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이베이 등 주요 기술주들이 실적을 공개한다.

신용 위기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영역으로 평가받아온 기술주는 뉴욕 주식시장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왔다. 최근 경기후퇴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기술주도 낙폭을 키워왔지만 지난 홀리데이 시즌 아이팟 매출 등이 호조를 보임에 따라 이들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아직 남아있다.

이밖에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와 와코비아 등 미국 주요은행의 자산 상각규모는 신용 위기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기회를 제공해 줄 전망이다.

이번 주 `마틴 루터 킹 데이` 휴장으로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한산한 가운데 대서양 맞은 편 스위스에서 다보스 포럼이 열린다. 세계 각국의 비즈니스 리더들이 불확실성이 짙어진 세계 경제에 대해 어떤 진단과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편 지난 주 뉴욕 주식시장은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과 부시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경기후퇴와 신용 위기 우려 속에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1%,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5.4% 하락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다우 지수는 8.8%, 나스닥 지수와 S&P 500 지수는 각각 11.8%, 9.7% 후퇴했다.

◇애플·MS·퀄컴 등 기술주, 구세주 될까
 

6년래 최악의 어닝시즌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톰슨 파이낸셜의 집계에 따르면 S&P 500 지수 구성 종목들의 지난 해 4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비 12% 감소했을 것으로 집계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손실로 최악의 몸살을 앓고 있는 금융종목들의 순이익이 59% 급감, 전체 평균을 떨어뜨린 주범 역할을 했다. 금융종목을 제외한 종목들의 순이익은 11% 늘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주 실적 발표의 하이라이트는 기술주다. 지난 주 `빅블루` IBM이 초토화된 뉴욕 증시에서 희망의 불씨를 살려냈기에 이어지는 기술주들의 실적이 이 불씨를 지켜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애플의 실적이 22일 공개된다. 아이팟이 홀리데이 시즌의 `핫 아이템`이었던 만큼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올해 홀리데이 시즌 소비가 시원찮았기에 애플이 이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으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당 순이익 전망치는 전년동기 1.14달러보다 늘어난 1.61달러다.

이밖에 텍사스 인스트루먼트(22일), 모토롤라(23일), 이베이(23일), 퀄컴(23일), MS(24일) 등이 실적을 내놓는다.

폭풍의 핵인 금융기업들의 실적 발표도 이어진다. BOA(22일)와 와코비아(22일)가 같은 날 성적표를 공개한다.

전망은 역시 밝지 않다. BOA의 순이익은 전년동기 1.19달러에서 0.18달러로 급감했을 것으로 점쳐졌다. 자산 상각 규모는 11억달러에서 55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인수한 미국 최대 모기지업체 컨트리 와이드 파이낸셜에 대해 어떤 전망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와코비아의 순이익도 1.19달러에서 0.33달러로 감소했을 것으로 예측됐다.

신용카드업체 캐피탈 원 파이낸셜(23일)의 실적도 공개된다. 최근 미국 신용카드업체들은 소비 위축에 따른 카드 사용액 감소와 연체율 증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존슨 앤 존슨(22일)과 화이저(23일) 등 주요 제약주들도 성적표를 내놓는다. 경기방어주로 꼽히는 제약주들의 실적은 달러 약세와 비용 절감, 신상품 확대 등으로 선전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밖에 미국 제조업계의 대표주자인 캐터필라(25일)와 하니웰(25일),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23일), 듀폰(22일) 등의 실적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외 비중이 높은 이들 업체들이 달러 약세를 등에 업은 수출로 미국의 경기둔화 여파를 피해갔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마틴 루터 킹 데이` 쉬고, 주택지표 본다
 

이번 주 기존주택판매(24일)를 제외하고는 미국 경제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발표는 뜸한 편이다. 연준 고위 인사들의 연설도 예정돼 있지 않다.

지난 11월 연율 500만채로 소폭 늘었던 기존주택판매 건수는 12월 494만채로 다시 줄어들었을 것으로 점쳐졌다.

16년래 최악의 침체 속에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미국 주택시장은 여전히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월요일인 21일은 `마틴 루터 킹 데이`로 뉴욕의 주요 금융시장이 문을 닫는다.

◇다보스 포럼 `개막`..글로벌 경제 해답 구한다

한편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세계경제포럼이 주최하는 다보스 포럼이 열린다. 특히 이번 다보스 포럼의 핵심 의제가 `글로벌 경제`여서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과연 미국의 경기후퇴는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인가. 유럽 경제도 미국의 뒤를 따를 것인가. 아시아와 이머징 마켓 국가들은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유럽 경제의 후퇴에도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세계 각국의 비즈니스 리더들은 위기에 처한 글로벌 경제의 진단과 더불어 위의 질문들에 대한 해답과 해결책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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