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플래시 大戰..`삼성을 잡아라`

  • 등록 2005-11-22 오전 8:45:22

    수정 2005-11-22 오전 8:45:22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D램을 제치고 반도체 업계의 황금어장으로 떠오른 낸드(데이타 저장형) 플래시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세계 반도체업체들의 치열한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21일(미국시간)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은 D램 2위 업체인 마이크론과 공동으로 낸드 플래시 합작회사 IM 플래시 테크놀로지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플래시 2위 도시바는 메모리 처리 속도를 삼성전자 제품 수준으로 대폭 당기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AMD는 인피니온과의 플래시 연대를 꾸준히 희망하고 있다. 인피니온은 이와 별도로 메모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메모리 사업부의 IPO(기업 공개)도 추진하고 있다.

경쟁업체들의 거센 추격에 대응하기 위해 플래시 업계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005930)도 경기도 화성의 메모리 신규 15라인에 6369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인텔-마이크론 연대 선언.."미국 勢 보여줄 것"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은 이날 마이크론과 공동으로 낸드 플래시 합작회사 IM 플래시 테크놀로지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인텔과 마이크론은 합작회사 설립을 위해 각각 12억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합작회사의 지분 중 49%를 인텔이 갖고, 마이크론이 나머지 51%를 갖는 구조다. 인텔과 마이크론은 향후 3년 동안 추가로 각각 14억달러를 더 쏟아부을 계획이다.

합작회사가 애플이라는 대형 고객을 확보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애플의 아이팟을 비롯한 MP3는 디지털 카메라와 함께 낸드 플래시 급성장을 이끈 주역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컴퓨터가 아이팟에 사용하는 플래시를 IM 플래시에서 공급받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합작회사에서 만드는 플래시 메모리는 인텔이 만들고 있는 메모리 제품에 비해 용량은 큰 반면 제조 가격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 인피니온, AMD도 동분서주

기타 업체들의 움직임도 발빠르다. 2위 도시바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 장비의 처리 속도를 현재의 두 배로 끌어올려 삼성전자 제품의 수준과 동일하게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시바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MLC(멀티 레벨 칩)은 크기에 비해 저장 용량이 많지만, 처리 속도가 매우 느리다. 도시바는 이같은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MLC 메모리 셀의 재설계에 착수했다.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AMD)는 오래 전부터 인피니온과의 플래시 합작사 설립을 희망하고 있다. AMD의 헥터 루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독일 방문 시 "AMD과 인피니온은 모두 독일 동부 드레스덴에 공장을 갖고 있다"며 "인피니온과 플래시 메모리 부문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별도로 인피니온은 내년 여름까지 메모리 사업부의 분사도 단행할 예정이다. 자동화, 산업 장비, 통신 분야 등에 치중한 로직 사업부는 그대로 남고, 사업 구조가 다른 메모리 사업부서가 독자적인 회사를 설립, 본격적인 반도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왜 합종연횡인가.."덩치를 키워야 살아남는다"

반도체업체들이 잇따라 합종연횡을 추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규모 투자를 통한 시장 선점 만이 생존 전략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은 끊임없는 투자가 필요한데다, 시장 선점 효과가 어느 산업보다 크다. 선발 업체일수록 많은 흑자를 기록해 추가 투자자금을 얻고, 이것을 이용해 후발업체와의 경쟁을 더욱 벌릴 수 있는 반면 시장에 늦게 진입한 기업은 죽느냐 사느냐의 양자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인텔이 마이크론과 손잡고, AMD가 인피니온에게 구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황금어장에 뛰어들고 싶지만 공장을 새로 지으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자금 출혈도 크다. 후발 주자로서는 기존 업체와의 제휴만이 최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조합인 것이다.

인텔은 그간 노어(코드 저장형) 플래시 시장에만 치중하다가 플래시 업계의 주도권이 낸드로 넘어가자 마이크론과 손잡은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은 지난 3분기에 400%라는 놀라운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2분기 플래시 업계 7위에서 단숨에 5위로 도약했다. 인텔로서는 최적의 파트너가 아닐 수 없다.

◆세계 반도체업체, 삼성 견제 본격화

인텔 등 세계 반도체업체의 이같은 행보는 결국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시장 포화 상태에 진입한 D램의 성장 한계를 깨닫고 오래 전부터 낸드 플래시에 집중, 5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결국 후발주자로서는 어떻게든 삼성의 점유율을 잠식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

플래시 부문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에 반도체 주도권을 뺏긴 일본 업체들이 연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주 히타치·도시바·마쓰시타·NEC·르네사스 등 5개 일본 업체는 최고 2000억엔을 투자해 시스템 LSI 공장을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텔과 마이크론의 합작사가 애플에 낸드 플래시를 공급키로 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당초 애플은 삼성전자와 낸드플래시 합작사 설립 방안을 논의하다 이를 취소한 바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애플에 대한 낸드플래시 저가공급 논란을 둘러싸고 공정위의 조사 가능성이 불거져 나오자 이를 접었다. 그리고 결국 같은 미국 회사인 인텔-마이크론과 손을 잡았다.

이를 감안하면 세계 플래시 업계의 향후 패권은 삼성의 `수성`이 성공하느냐, 외국 업체들의 `도전`이 성공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전망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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