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먹어야 할 햅쌀을 가축에게 먹이는 현실은 쌀 정책의 불합리와 모순을 잘 보여준다. 한국인의 쌀 소비량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인당 쌀 소비량은 1988년 122.2㎏에서 지난해 56.4㎏으로 35년 동안 53.8%가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쌀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각각 42%와 38%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수요 대비 연평균 20만t의 쌀이 초과 생산돼 만성적 공급과잉 상태를 빚고 있으며 거의 매년 수확기에 산지 쌀값이 폭락하는 사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높은 온도와 풍부한 강수량이 확보되고 태풍도 비껴가 풍년이 예상되면서 산지 쌀값이 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쌀값 폭락에 항의하는 농민단체의 시위도 빈발하고 있다.
이런 불합리와 모순은 쌀 산업의 만성적 과잉생산 구조에서 비롯된 일이다. 과잉생산을 적정생산 구조로 바꾸려면 강력한 감산 정책이 필요하다. 농림부는 감산을 유도하기 위해 ‘재배면적 신고제’와 ‘지역별 감축면적 할당’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농지전용 규제를 완화해 농지의 산업적 활용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