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오는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당과 야당이 ‘가상자산 공약’을 띄웠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을 넘어서면서 관심이 폭주하자 1500만명 투자자들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정책을 내세우는 모습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올 초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한 이후 가상자산 시장은 다시 한번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에 이어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와 금융감독청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상장지수증권(ETN) 승인 가능성을 열어뒀고, 홍콩 증권선물위원회와 홍콩통화청도 현물 암호화폐 ETF 신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시장은 더욱 달아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이 하나의 자산으로 인정받고 감독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당과 야당은 공통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상장·거래 허용 검토와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단계적 허용, 가상자산발행(ICO) 단계적 허용,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입법) 등을 내걸었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은 2025년 1월 시행되는 가상자산 과세를 한번 더 연기하겠다고 공언했고, 민주당은 비과세 한도를 5000만원으로 주식과 동일하게 상향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정치권에서 가상자산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가상자산 양도소득세 5000만원 비과세, 가상자산거래소(IEO) 도입 후 ICO 허용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비과세의 경우 과세 시점 유예만 이뤄졌을 뿐, 한도 상향은 추진되지 않았다. 단계적 ICO 허용 또한 주요 공약 중 하나였으나 별다른 진척이 없다. 이번 총선 공약들도 ‘공수표’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시세와의 차이를 나타내는 ‘김치 프리미엄’이 최근 10%를 넘어섰을 만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은 그 어느 나라보다 높다. 하지만 또다시 선거가 끝나면 정치권이 다른 이슈에 비해 등한시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가상자산은 ‘디지털 금’으로 여겨질 만큼 주요 투자처로 자리잡았다. 전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우리도 열어줄 부분은 열어주고, 보완해줘야 할 부분은 보완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