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금리 차이를 볼 때, “실물부문이 금융부문을 위하여 존재한다.”는 황당무계한 가설이 성립할 지경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9월 말 현재 시중은행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잔액 기준 총수신금리는 연 2.68%, 총대출금리는 연 5.17%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시중은행이 연 2.68%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서 연 5.17% 대출금리를 받으니 대출마진이 2.49%포인트나 된다. 이처럼 (은행) 수신금리에 비해 대출금리가 턱없이 높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예금자는 낮은 이자 수입으로 소비수요가 줄어들고 밖에 없고, 대출받는 기업은 높은 생산원가를 부담하므로 그만큼 산업경쟁력을 금융부문이 갉아먹는 셈이다.
실물부문보다 금융부문 특히 시중은행 수익성이 타 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다 보니 은행이 돈 잔치 벌일 때 수많은 한계기업이나 소상공인은 신음해야 하는 지경이다. 잠깐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1.4%, 물가상승률 3.7%임을 감안할 때 금리 5.1%(1.4%+3.7%) 보다 높은 대출금리를 지불하면서 성장해 갈 계속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경제성장률이 1% 초반임을 감안할 때 경제성장 과실보다 더 많은 몫을 은행이 받아 가니 어찌 빚이 점점 늘어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기업이 허덕이고 한국경제 침체가 계속되는 까닭을 금융중개기능 취약에서 헤아릴 수 있는 장면이다.
가계·기업·정부 구분할 것 없이 빚더미가 커가는 상황에서 실물과 금융의 양극화 현상은 저축과 투자를 연결하는 금융중개기능 독점이 커다란 원인이다. 우리나라 예대금리 차이를 보면 원가보다 이윤이 더 큰, 배보다 배꼽이 큰 비정상적 모양새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은행의 종노릇을 한다”는 지적이 옳다고 판단한다. 한국경제의 복병인 기업부채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빈부격차도 금융부문 비효율적 팽창과 반작용에 따른 금융중개기능 왜곡으로 한층 악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금융 당국은 대출금리를 내리라는 창구지도보다 코픽스 금리 산정기준 합리화 같은 금융중개기능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