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의자가 계속해서 반성문을 쓰는 것을 법조계에서는 형량을 줄이기 위한 꼼수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달 17일 오전 5시54분쯤 A씨는 인천 남동구 논현동 한 아파트 복도에서 전 여자친구인 30대 여성 이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범행을 말리던 이 씨 어머니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양손을 크게 다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범행 직후 자해를 시도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A씨는 지난 6월 이 씨에 대한 스토킹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고, 지난 7월에는 법원의 2·3호 잠정조치(접근금지·통신제한) 명령을 받기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형법상 살인죄보다 형량이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죄를 A씨에게 적용할지 검토했으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살인 혐의를 유지했다.
이 씨의 사촌언니라고 밝힌 유족 B씨는 지난 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스토킹에 시달리다가 제 동생이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사건 당시 상황 등을 올리며 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B씨는 이 씨가 살해당하던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동생이 세상을 떠난 이후 알게 된 건 경찰이 찾아온 7월 13일부터 17일까지 가해자가 접근금지명령을 어긴 채 집앞에서 은총이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이였다”라며 “그렇게 7월 17일 오전 6시 경, 회사를 출근하려고 나갔던 성실한 우리 은총이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가해자에게 칼에 찔려 죽었다”라고 전했다.
가해자는 이 씨가 칼에 맞아 쓰러지자 자신도 옆에 누워 배를 찌르곤 나란히 누워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수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지금 9월 첫 재판을 앞두고 보복살인이 아니라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스토킹 신고로 인해 화가나서 죽였다는 동기가 파악되지 않아서라고 한다. 한 달이 지나도록 자극할까봐 연락조차 하지않았던 동생이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가해자는 제 동생을 죽인건가”라며 호소했다.
그러면서 “은총이가 죽은 7월에서야 스토킹 범죄는 반의사불벌죄가 되었다. 그럼 이제는 안전해지는 걸까? 접근금지명령도 형식에 불과하고 연락이나 SNS를 안한다고 끝날 문제인가, 스마트워치는 재고가 부족하고 심지어 사고가 일어나야만 쓸모가 있다. 모든 상황이 끝나고 경찰이 출동한다고 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