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두절 상태인 권 변호사가 자신이 임의로 정한 9000만 원을 3년에 걸쳐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에 갚겠다는 각서를 썼다고 7일 SBS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족 대리인인 양승철 변호사는 “(유족과) 합의하고 쓴 게 아니라 본인이 일방적으로 써서 줬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양 변호사는 ‘재심 전문’으로 잘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가 유족에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는 이날 오전 SNS에 유족과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이번 사건이 법조계의 문제점을 잘 드러내는 케이스가 되길 바란다. 피해자 어머님도 진영논리 등으로 사건이 소비되는 걸 반대한다. ‘법률가가 이래도 되는가’ 이런 무책임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사건을 통해 알리고 싶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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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8-2부(당시 김봉원, 강성훈, 권순민 부장판사)는 숨진 박모 양의 어머니 이모 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지난해 11월 24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지난 2015년 서울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박 양은 학교 폭력을 당한 끝에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 이 씨는 이듬해 여름, 서울시 교육감과 가해 학생들 부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권 변호사에게 소송을 맡겼다.
1심 결과는 무대응으로 일관한 가해 학생 부모 A씨가 이 씨에게 5억 원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지난해 2월 원고 일부 승소였다. 이 씨는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나머지 사람들을 상대로 항소했고, A씨도 배상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러나 권 변호사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3차례 열린 항소심 재판에 단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다. 결국 민사소송법에 따라 재판부는 이 씨 측이 항소를 취하한 것으로 보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지난달 말 권 변호사를 만났다는 이 씨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도대체 왜 재판기일에 안 간 거냐”고 물었고, “한 번은 법원까지 갔으나 쓰러져서 못 갔고 두 번째 기일은 수첩에 다음 날로 날짜를 잘못 적어놔서 못 갔는데 다시 재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판사가 자신에게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 씨는 “작년 10월경 소송이 그리되고 자신도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하루가 멀다 하고 조국을 비판하고 이재명 비판하고 정치를 비토했다”며 “누가 누구를 비판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권 변호사는 이 씨가 공개 사과문을 요구하자 ‘그렇게 되면 자기는 매장된다’며 ‘그것만은 봐달라’고 애원했다고.
결국 유족은 배상을 받기는커녕 패소에 따라 상대방 소송 비용까지 물어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권 변호사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변협은 전날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한다”며 “권 변호사를 조사위원회에 넘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사가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을 경우, 최대 3년까지 변호사 자격이 정지될 수 있다.
소송 피고였던 서울시교육청은 유족 측에 소송 비용을 회수하지 않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시교육청은 권 변호사의 불출석으로 항소심 청구가 기각되자 유족 측에 1심 소송 비용 1800만 원을 청구했다.
유족은 권 변호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 변호사는 휴대전화를 끈 채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연락을 받지 않으며 사무실에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활발히 활동하던 페이스북 계정 역시 폐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