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C비율 급락에 억울한 보험사 “과대계상일 뿐”

자산만 현재 기준 평가...자본축소 효과 나와
금융당국, LAT제도 활용 유력하게 검토중
  • 등록 2022-06-09 오전 7:00:00

    수정 2022-06-09 오전 7:00:00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시장 금리 상승으로 보험 지급여력비율(RBC)이 급락하면서 보험사들의 속이 터지고 있다. 6개월 후면 사라질 RBC 제도 때문에 웃돈까지 주고 수천억원의 채권발행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보험사의 건전성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며 금융당국에 RBC비율 제도를 완화해 달라고 호소 중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RBC비율 제도 개선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선안은 9일 오전 금융위원회에서 열리는 ‘보험업권 리스크 점검 간담회’에 정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금융당국 실무자와 주요 보험사 CFO(최고재무경영자)들이 참여한다

그간 보험사들은 RBC비율 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최근 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가지고 있는 채권 가격이 폭락하면서 RBC 비율상 자본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발생한 탓이다.

RBC비율은 가용자본/요구자본으로 계산되며 분자에 해당하는 가용자본이 순자산(자본)이다. 순자산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가격으로 계산되는데, 여기서 자산은 시가, 즉 현재의 가치로 환산해 평가되고, 부채는 원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그동안 저금리가 지속돼온 터라 큰 부담이 없었지만,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투자 자산인 채권 평가 이익이 급격히 줄었다. 결국 부채는 원가 그대로 반영돼 있는데, 자산만 줄면서 부채가 커져 보이는 회계적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일부 보험사들은 보험업법 기준인 RBC비율 100%를 채우지 못할 정도로 위기를 맞았다.

보험사들이 RBC비율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은 유상증자를 실시하거나 채권을 발행해 자본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떨어진 RBC비율 때문에 신용도가 하락하면서 웃돈(이자)을 주고 채권을 팔아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실제 한화생명은 신용등급이 ‘A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떨어졌고, 후순위채와 영구채 등 신종자본증권의 신용등급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락했다. KDB생명도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신용등급 하향검토 감시대상에서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받았다. 현재 신용등급인 ‘A+’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보험사들은 RBC비율로 인한 추가적인 자본확충은 어렵다고 호소중이다. 이미 신 회계제도(IFRS17) 준비로 대규모 채권발행을 계속해온 상태라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지난달까지 보험사들이 발행한 자본성증권(후순위채ㆍ신종자본증권) 규모는 3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인 2조2000억원을 넘어선 규모다.

보험사들은 RBC비율 제도를 한시적으로 조정해 부담을 덜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내년에 도입될 신 건전성 제도(킥스, K-ICS)도입 전까지 규제를 완화해달란 것이다. 킥스는 자산과 부채 모두를 시가평가한다.

보험사들은 현재 킥스 조기도입, LAT(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 활용과 적기시정조치 유예, 채권 계정 재분류 등을 요청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현재 LAT활용 방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부채를 시가평가한 후 차액을 책임준비금으로 추가 적립하게 하는 제도다. 보통 금리가 오르면 잉여금이 발생하고, 반대로 금리가 낮으면 추가금이 발생한다. 보험사들은 최근 금리가 올라 LAT잉여금이 증가한 만큼 이 중 일부를 자본으로 인정해달라고 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RBC비율 급락으로 금융당국의 권고기준을 미달하거나 권고기준에 근접하고 있는 보험사들 중 킥스가 도입되면 지금보다 비율이 올라갈 수 있는 곳들이 꽤 있다”며 “현재 건전성 평가 기준에서만 자본이 줄어든 것처럼 보일 뿐이고, 실제로는 수년째 흑자도 내고 있고 지급 해야할 보험금도 마련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용평가사에서도 앞으로는 RBC비율 보다는 킥스 기준 산출 기준으로 한 자본적정성 수준을 보겠다고 한다”며 “6개월 내에 사라질 제도 때문에 보험사들은 자본확충, 비용부담 등의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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