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러시아 주식형 펀드, 석달새 손실만 27%

최근 3개월 수익률 -27.12%, 151억원 환매
RTS 지수 32% 넘게 하락, 가스프롬도 휘청
“군사행동 따라 금융시장 민감도 달라질것"
  • 등록 2022-01-27 오전 6:15:00

    수정 2022-01-27 오전 6:15:00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서방국가와 갈등이 부각되면서 러시아 주식형 펀드도 휘청이고 있다. 러시아 대표 지수는 올해 들어 벌써 19% 가까이 빠졌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의 병합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지정적학 리스크란 의견도 나온다. 연초부터 매크로(거시 경제) 불안감으로 주요 증시가 뒤흔들리면서 악재에 민감해진 만큼, 시장 참여자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상황 전개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지정학 리스크에 -27% 쑥↓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5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러시아 주식형 펀드의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은 -27.12%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인 -6.36%를 훨씬 상회하는 손실이다. 해외주식형 소유형 중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운용순자산 300억원이 넘는 ‘키움러시아익스플로러’(-25.71%)와 ‘한화러시아’(-26.97%)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모스크바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유동성이 좋은 대형주 50개로 구성된 대표 주가지수 RTS(Russian Trading System Cash Index)는 지난해 말 1600선 가깝게 마무리됐지만, 현재 1200선대로 내려왔다. 미국과 러시아 간의 외교적 대화가 평행선인 가운데 미국에서 유럽 파병 대비 명령을 내리는 등 대치가 격화된 탓이다. 긴장감이 고조된 지난 24일 하루에만 -8.11%가 하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다.

대표적인 천연가스·원유 수출국인 러시아는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에너지 가격 상승 수혜에 따라 가파른 주가 상승 그래프를 그렸다. RTS 지수는 지난해 10월 25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1919.58포인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 군사 움직임이 부각된 이후 주가는 고꾸라졌고, 이후 약 3개월이 지난 현재 RTS 지수는 최고점 대비 -32.44% 하락했다.

다수 러시아 주식형 펀드가 높은 비중으로 담고 있는 러시아 시가총액 1위 국영기업이자 세계 최대 천연가스업체인 가스프롬도 힘을 못쓰고 있다. 가스프롬도 연초 이후 -14.31% 밀렸다.

2014년 분쟁 당시 RTS 45% 하락도

2014년 크림반도 분쟁 당시 러시아 증시는 불확실성에 휩싸였고, 당시 1년 동안 RTS 지수는 무려 45% 하락했다. 이번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이 지속되자 투자자들도 단기적 반등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다. 25일 기준 러시아 주식형 펀드 전체 순자산은 1210억원 수준으로, 최근 3개월 사이 151억원이 환매됐다.

증권가는 러시아 뿐 아니라 유럽 증시 전반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RTS 지수가 8%대 하락한 지난 24일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50 역시 -4.14% 빠졌다. 만에 하나 러시아가 전면전을 감행하는 최악을 택한다면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군사행동 시점에 따라 금융시장의 민감도는 달라질 수 있다”면서 “여전히 유럽 지역의 가스 재고가 높지 않은 가운데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천연가스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져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상반기가 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경옥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미·유럽 등 서방국 간 갈등이 냉전 종식 이후 최고 수준”이라면서 “수출통제, 노드스트림2 가동 불허, 국제결제시스템(SWIFT) 퇴출 등 서방의 고강도 경제제재 시 러시아 경기위축 및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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