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소설]'일시적(Transitory) 앵무새' 파월의 변심, 일시적일까?

美 10년물, 9월 22~29일 1.32%→1.55%로 23bp↑
9월 이후 반등하기 시작한 실질금리가 견인
'그린플레이션' 등에 연준 못 믿겠다는 심리 반영
"심각" 인정한 파월…공급 변수 어렵고 소비자 심리도 악화
"실질금리 본격 주도는 아냐…성장 반영, 아직이다"
  • 등록 2021-10-05 오전 7:31:56

    수정 2021-10-05 오전 7:31:56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올해 미국 국채 10년물 때문에 금융시장에 난리가 난 것은 총 3번입니다. 첫 번째는 올 초부터 3월까지 1.0%대를 하회하던 금리가 1.7%대를 뚫고 치솟았을 때입니다. 두 번째는 각종 물가 상승이 계속되는데도 금리가 안 오르던 여름입니다. 세 번째가 1.5%대 중반을 넘어서며 급등하던 지난 9월 말쯤입니다.

금리 상승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단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입’이 꼽힙니다. 올해 내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말하며 통제 가능하다는 인상을 줬던 그는 9월 연방준비위원회(FOMC) 회의를 기점으로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금리가 상승한 핵심적인 이유로 설명됩니다.
올 초엔 ‘인플레’가 견인한 명목금리 상승

미국채 10년물은 지난 1일(현지시간) 기준 1.480%로 마감했습니다. 지난 7월부터 9월 중순까지만 해도 1.3%대 안팎에서 움직이던 금리는 지난달 말부터 치솟았습니다. 9월 22일 1.320%에서 같은 달 29일 1.550%까지 23bp(1bp=0.01%p) 올랐습니다.

채권 가격이 내리면 금리는 상승합니다. 따라서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채권 투자자들이 채권을 팔고 있다는 의밉니다. 왜 파는지가 중요한데, 투자자들에게 일일이 다 물어보지 않는 이상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 정황을 놓고 추정은 가능합니다. 그간 금리가 어떤 동인으로 움직였는지에 대한 놓고, 그 연장선에서 최근의 급등이 그간의 동인이 사라졌기 때문일지 혹은 새로운 변수가 나타난 것인지 판단하는 식입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금리를 기대 인플레이션과 실질금리로 분해해 설명했습니다. 명목상 금리가 올라도 물가가 그보다 더 올랐을 때의 은행 예금 이자 등 실질적인 이자는 되레 내리게 된 셈인 원리를 정리한 것입니다. 보통 시장에선 실질금리에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를 사용하고 기대 인플레이션은 명목상 금리에서 TIPS 금리를 뺀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BEI)을 사용합니다.
올 초 10년물은 0.915%로 시작했습니다. 3월 31일 1.746%까지 상승, 올해 최고점을 기록했습니다. 작년 말 백신 개발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소식이 나오면서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경기가 다시 회복된다는 예상이 퍼져 나갈 때입니다. 1월부터 2월 중순까진 BEI가 오르면서 10년물이 올랐지만, 그 이후 3월 말까진 실질금리가 상승하면서 10년물이 올랐단 점이 다릅니다. 전자는 ‘이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겠구나’는 기대가 반영돼 있다면, 후자는 ‘인플레이션이 이렇게 나타나는데 중앙은행이 이를 방치하겠다니, 나중에 엄청 강한 긴축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질금리는 다시 단기실질금리와 기간 프리미엄으로 쪼갤 수 있는데 단기실질금리는 통화정책과 연결된 것으로 이해됩니다. 2월이나 3월이나 똑같이 채권 ‘팔자’가 나타났지만,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느냐 아니냐 등에 이유가 다른 것입니다.

3월 말 이후 10년물이 내리는 구간을 보면 BEI보다 실질금리가 더 가파르게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채권시장이 ‘인플레이션은 연초 예상했던 수준을 보이거나 조금 더 오를 수 있지만, 중앙은행이 이를 충분히 통제하겠구나’란 생각으로 움직였을 수 있는 것입니다. 당시 미국 물가지수가 오를 때 일시적 인플레이션을 대표하는 중고차 가격이 이를 이끄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일시적’을 반복하는 파월의 말이 먹혀들기 시작했다는 해석 혹은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9월 ‘실질금리’가 견인한 명목금리 상승

문제는 9월 말 10년물이 오를 땐 연초처럼 다시 실질금리가 상승하면서 이를 견인했다는 점입니다. 시장이 또 연준의 오판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증거는 꽤 명확합니다. 파월의 태도가 싹 변했습니다. 8월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현재 수준에선 우려의 원인”이라면서도 왜 현 단계에선 문제가 되지 않는지, 왜 일시적인지에 대해서 길고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지난 28일 미 의회에 출석한 파월 의장은 “물가 상승은 우리가 예측했던 것보다 강도가 세고 지속 기간도 길다”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심각해졌다”라고 입장을 뒤바꿨습니다.

파월뿐 아니라 연준 위원들의 금리 인상 시작 시기와 기간, 마지막 레벨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점도표도 변했습니다. 특히 9월 FOMC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2024년 예상 금리 수준이 시장을 놀라게 했을 수 있단 관측이 나옵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점도표에서 금리 인상 경로 전체를 볼 필요가 있는데, 6월 FOMC에선 빠르게 오르며 기울기가 가팔라졌지만 최종 도달 금리는 오히려 떨어진 반면, 최근엔 최종 도달 금리가 올라가고 있다”며 “10년물이 하락하던 지난 여름엔 연준이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으로 메시지로 시장을 관리했지만, 최근엔 시장이 말로는 안 먹히는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그간의 것과 성격이 다르기도 합니다. ‘그린플레이션’이라고 불리는 원자재 공급발 인플레이션은, 수요 회복 및 계절성 등으로 인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해졌음에도 탄소 제로(0)로 가기 위해 국제사회가 맺은 약속 탓에 화석연료를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그렇다고 재생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발전 시설이 충분한 것도 아닙니다.

코로나19 이후 침체했던 수요가 한꺼번에 나타나 생긴, 지난 2분기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도 더 길어지고 있습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여파가 큰 동남아에서 생산 차질이 이어진 가운데,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이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린플레이션의 전형은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언은 “친환경 에너지 수요는 늘고 비용은 상승하는 가운데 화석 연료 에너지 생산은 줄면서 수요의 풍선 효과까지 발생, 그린플레이션이 가중되고 있다”며 “전력난을 겪는 중국은 성장률 전망도 낮춰야 할 파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준이 미래를 모른다는 걸 사람들도 안다”

그럼에도 한 달 만에 바뀐 파월의 태도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고 해도, 그 구조는 그가 강조했던 일시적 인플레에 가까운 것입니다. 추석 명절 막힌 고속도로는 답답하지만, 영원한 것은 아닙니다. 공급 병목도 자본적 지출(CAPEX)이 늘어 생산능력(CAPA)이 증대되면서 서서히 해결될 일이란 얘깁니다. 연준이 걱정했던 진성 인플레이션의 요인인 임금 상승([株소설]파월 연준 의장은 ‘언제’ 노숙자촌을 방문할까?)의 경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미국이 재난지원금 정책을 종료하면서 안정될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앞서 연준의 점도표에서 최종 도달 금리 레벨이 바뀌었다는 점을 주목했던 투자업계 관계자는 파월의 자신감 하락의 이유가 결국 코로나19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경제 위기는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수요가 문제였는데 코로나19는 시작부터가 수요는 멀쩡한 가운데, 일순간 공급이 끊겨버린 특이한 위기입니다. 연준은 그동안 기업들이 노동자를 어떻게 하면 더 고용하게 할까를 고민했지, 일자리가 많아도 일하지 않는 노동자를 다룬 적은 거의 없습니다. 그는 “사실 수요와 공급 중에서 중앙은행이 주로 전망하고 영향을 미치는 사이드는 수요고, 공급은 그냥 주어진다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공급 요인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는 건 수요보다 훨씬 까다로운 면도 있고 중앙은행 통화정책이 공급에 영향을 미치기도 매우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의 나라’ 미국에서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미국은 GDP의 3분의 2 이상이 자국 내 소비인 만큼, 연준이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단 것입니다.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8~9월 두 달 연속 크게 악화하고 있습니다. 그는 “오는 13일에 발표되는 FOMC 9월 회의록을 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파월의 바뀐 입장을 고려, 추정컨대 9월 FOMC에서 위원들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의견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도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고 소비심리도 8~9월 2달 연속 크게 악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연준의 정책방향이 ‘물가 잡으려고 긴축하다가 소비를 위축시키지 말자’에서 ‘물가 때문에 소비 위축이 본격화되고 있으니 물가부터 잡고 보자’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에 대한 전망은 어느 때보다 갈리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시장이 연준을 믿지 못하겠다는 쪽으로 돌아선 가운데, 파월도 ‘사실 나도 몰라’라고 인정한 만큼, 적어도 지금과 같은 금리 급등은 잦아들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달 말 1.55%까지 올랐던 미국채 10년물은 1.4%대를 유지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리가 오르지 않을 거란 얘기는 아닙니다. 금리와 상관관계가 높은 경기 개선으로 인한 대출 수요 증대는 지금 10년물엔 녹아있지 않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김 연구원은 “90년대에서 2000년대를 지나면서 경제학자들은 경제와 사회를 구성하는 입자들에 대한 생각을 바꿨는데, 생각보다 경제주체들이 똑똑하고 또 본인들도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식의 생각을 해왔다”라며 “연준이 아무리 과학적으로 분석해도 미래의 인플레는 모르고 그걸 사람들도 안다. 최근의 금리 조정은 이에 대한 견해차를 맞춰나가는 과정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10년물에 대한 기대 인플레이션이 정체된 상황이기 때문에 너무 낮았던 실질금리가 명목금리를 맞춰가는 것이지, 지금이 실질금리가 금리 인상을 주도하는 것으론 보기 어려운 것 같다”며 “(성장이 반영된 금리 수준은) 아직 멀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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