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뮤지컬 ‘비틀쥬스’는 화려한 무대 세트와 마술 같은 연출 기법으로 150분 러닝타임 내내 짜릿한 전율을 일으킨다. 브로드웨이에서 공수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옮겨놓은 1300kg 상당의 오리지널 프로덕션 무대가 팀 버튼 특유의 독특하고 기괴한 판타지를 기대 이상으로 구현해 냈다. 놀라운 기술력으로 빚어낸 ‘마법상자’ 같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쇼는 “It’s show time”(쇼를 할 시간이다)이라는 표어가 아깝지 않을 만큼 경이롭고 신선하다.
|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 장면(사진= CJ EN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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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팀 버튼 감독이 1988년 제작한 동명의 영화다. 유령이 된 부부가 자신들의 신혼집에 낯선 가족이 이사 오자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유령 ‘비틀쥬스’와 벌이는 이야기를 뼈대로 한다. 특수효과가 보는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다. 손가락을 까딱해 조명에서 불꽃이 튀게 하는가 하면, 배우들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공중 부양도 벌어진다. 공연 시작 전부터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조명은 장면 분위기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며 몰입감을 높인다. 주요 배경인 유령 부부의 ‘낡은 집’은 세련된 저택으로, 으스스한 유령의 집으로 바뀌며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쪼그라든 머리의 유령, 거대한 비틀쥬스, 모래 벌레 등의 퍼펫(인형)들은 원작 영화의 맛을 살리면서도, 무대의 생동감을 더해주는 장치들이다.
위트 넘치고 재치 있는 대사도 일품이다. 미국식 블랙 코미디의 정석으로 일컬어지는 작품인 만큼 풍자적 유머가 가득한 ‘비틀쥬스’는 국내 관객들의 정서에 맞도록 섬세한 번역 과정을 거쳤다. 특히 “난 VIP석과 R석 사이에 낀 시야제한석 같은 존재야”, “코로나19 검사 그만하고 싶어” 등 현재의 상황을 덧댄 대사를 곳곳에 배치해 자연스레 웃음을 유발한다. 타이틀롤인 ‘비틀쥬스’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듯 관객들에게 서슴없이 말을 걸고, 엉뚱한 행동을 하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다. 팝 발라드, 라틴, 힙합, 칼립소, 록, 가스펠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도 귀에 꽂힌다.
마치 놀이공원이나 마술쇼에 온 듯 흥미롭게 볼 수 있는 공연이다. 특히 장난기 가득한 악동 유령 ‘비틀쥬스’는 지금껏 국내 뮤지컬에서 볼 수 없던 파격의 캐릭터로 각인될 만큼 인상적이다. 다만 메아리 치는 음향이 ‘옥에 티’다. 한국에서 펼쳐지는 역사적인 전세계 라이선스 초연 무대에 유준상, 정성화, 홍나현, 장민제, 이율, 이창용, 김지우, 유리아, 김용수, 신영숙, 전수미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8월 8일까지.
|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 장면(사진= CJ EN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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