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성과급 논란 이후 다른 기업에서 먼저 사무노조를 결성하는 움직임이 생겼는데 현대차그룹 내 사무노조는 그보다 규모가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돼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내에선 사무노조가 출범한 이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돌풍이 아닌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까 우려하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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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사무노조, “초기 동력 약하다” 지적
현대차 사무노조가 지난달 29일 출범한지 약 20일이 됐다. 정확한 조합원 수는 파악되지 않지만 출범 당시 500명 정도로 집계됐고 일 평균 50명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내에서 규모가 큰 현대차와 기아 내 사무연구직은 각각 2만 4473명, 6881명으로 출범 전 사무노조 밴드엔 5000명가량이 가입돼 있어 큰 파급력이 예상됐다.
하지만 현장에선 출범 당시 화제성만큼 사무노조의 존재감이 부각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직원들 사이에선 공정한 임금체계와 성과 보상 등을 요구하는 사무노조의 설립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막상 가입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한 직원은 “초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사내에선 홍보가 되지 않아 직원들이 사무노조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그냥 상황을 지켜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동력이 약해 보이기도 하고 향후 교섭권을 가져올 수 있을지 확신이 없는 문제도 있어 관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측도 현 시점에서 사무노조를 교섭 상대로 보기보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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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으로 조직 확장·사측 교섭 형태 고민…갈등 관계로 가지 않을 것”
사무노조는 조합원 수에 대해 향후 2~3개월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내부에서는 노조의 움직임을 신속히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조직을 강화해가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까지 사무노조는 향후 로드맵에 대해 내부 논의 중이며 전략 방향을 밝히진 않았다.
현대차 사무노조는 LG전자 사무노조와 같은 단일 회사의 노조가 아니라 30개의 계열사 직원이 묶여 있는 형태다. 이런 이유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노조, 사측과의 관계도 고려하면서 계열사 별 상황에 맞춰 대응 방안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다만 현대글로비스, 현대케피코, 현대오토에버 등 기존 생산직 노조가 없는 계열사에선 사무노조가 교섭권을 가져갈 수도 있다.
사무노조는 우선 산별노조를 구성해 향후 인원 확장에 따라 지부를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사측과 교섭 형태를 고민할 방침이다. 현 시점에서 사무노조를 교섭 대상으로 보지 않는 사측에 대해선 ‘동반자적 관계’를 강조하면서 소통을 요구할 계획이다.
결국 관건은 인원수다. 사무노조의 목소리를 내려면 사측이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의 몸집이 기본이다. 사무노조는 현대차그룹 내 직원들에게 사무노조에 대한 신뢰를 차차 형성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사무노조의 자문을 맡은 대상 노무법인의 김경락 대표 노무사는 “직원들 입장에선 사무노조가 자기 편에서 잘할 수 있는가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며 “내부에선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조직을 강화해나가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나 기아에도 소통을 요구할 예정인데 우리 입장은 사측도 우리를 잘 활용하면서 서로 동반자적 입장으로 향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