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에 대한 결론이 올해를 또 넘길 모양이다. 지난 8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리모델링시 내력벽 실험체 현장재하실험(내력벽)’ 용역을 끝냈지만 정부는 3개월째 발표 시점을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안전성 관련 부담 때문에 발표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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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실험결과를 정리하고 있으며 전문가 자문을 거쳐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내력벽은 아파트 하중을 지탱해 구조물 기초로 전달하는 벽이다. 현재 아파트 리모델링시 내력벽을 일부 철거하거나 변경하지 않으면 일명 ‘동굴형’ 형태인 2베이(bay) 평면 구조밖에 나오지 않는다. 선호 평면 구조인 3~4베이를 만들 수 없기때문에 사업성 등이 떨어져 리모델링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됐다.
이어 “내력벽을 철거한다고 모두 다 철거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철거를 하고 보강도 한다”며 “‘안전성’ 문제로 결론을 미루기만 하면 건설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가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 발표를 미루는 사이 용역결과는 이미 ‘긍정적’으로 나왔다는 내용이 새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용역은 ‘비밀유지의무’가 따라 붙기 때문에 발주기관과 상의 없이 결과를 발설할 수 없다.
학계에서는 내력벽 철거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안전성이 우려된다면 ‘벽체 총량 제한’ 방향으로 허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세대 간 벽인 내력벽이든 허물 수 있는 벽이든 하중을 견디는 구조적 역할을 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평면 구성의 다양화를 위해서 내력벽을 무조건 철거하는 것이 어려우면 벽체 총량으로 내력벽 100% 중 30%만 허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의 비율을 정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 결정은 2015년9월 연구용역을 시작한 이후 5년째 발표 시점이 미뤄졌다. 올해는 연구 용역이 끝난 지난 8, 9월 발표설이 있었다가 다시 연말로 미뤄졌지만 아직까지 국토부에서는 전문가 자문위도 꾸리지 못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