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기관이 매수 주체로 나선 것은 글로벌 주식시장의 성격이 유동성 장세에서 펀더멘털 장세로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개선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내 증시가 실적 개선을 이유로 한 단계 도약하는 길목에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
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8일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마감했다. 총 113.17포인트(5.0%) 올라 2391.96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11거래일) 뉴욕 증시가 등락을 거듭하며 변동성이 확대된 것에 비해 안정적인 흐름이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과 이달 2일, 6일 각각 0.29%, 2.22%, 1.57% 하락 마감했다.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100만명이 넘어섰다는 소식 등 펜데믹 영향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확산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연동성이 높은 걸로 풀이된다. 그의 코로나19 확진 판정과 퇴원, 추가 부양책 협상 중단 지시와 다시 진행하겠다는 번복 등에 변동성이 확대된 것이다.
국내 증시가 선방한 데에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뒷받침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기업의 영업이익 총합 컨센서스는 128조7000억원, 내년은 177조8000억원인데 이같은 전망치는 지난 8월 바닥을 통과한 이후 상승 전환해 계속 오르고 있다. 내년엔 올해보다 50조원 이상 영업이익이 늘어난다는 의미도 있는데, 이는 반도체와 자동차, 화학, 소프트웨어, 정유 등 코스피 대표 수출 업종들이 기대를 충족시킬 거란 전망에 기대고 있는 걸로 분석된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순매수에 나섰다. 기관은 최근 시장에서 지난 8일을 제외한 6거래일간 순매수했다. 올해 주식시장의 주역인 ‘동학 개미’가 6일 동안 주식을 팔아치운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기관은 특히 지난달 28일과 29일, 이달 7일 개인과 외국인이 모두 순매도할 때 주식을 사들여 코스피 상승 마감을 이끌었다. 다만 지난 8일에는 순매도했는데 이는 옵션만기일로 인해 금융투자가 시장조성자의 역할을 한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원 넘게 순매도했던 기관투자자는 이달 들어 2200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달들어 1조원 넘게 순매도 중인 개인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셈이다.
“개인, ‘유동성’ 상징…기관, ‘실적’ 대변”
우선 기관이란 수급주체가 최근 일어나고 있는 시장의 성격 전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진단이 있다. 단순 유동성으로 지수가 올랐던 시장에서 실제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는 것에 기반한 안정적인 시장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기관이 이를 감지해 적극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단 얘기다.
기관이 시장 변화에 대응한다는 판단은 주체 중 금융투자와 연기금뿐 아니라 투신과 사모펀드 등도 매수 전환했단 점에서 설득력을 높인다. 시장조성자 역할로 수익과 무관한 매매를 하거나 보통 미리 정해진 벤치마크(BM)를 목표로 수익을 내는 금융투자와 연기금과 달리 투신과 사모펀드는 절대수익을 추구한다. 그만큼 투신과 사모펀드의 매수를 시장에 대한 평가와 연관돼 있을 확률이 높은 셈이다. 사모펀드는 지난달 28일부터 6거래일, 투신은 5거래일 순매수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신에서 코스피200 선물을 많이 사들이고 있는데 그러면 시장조성자인 금융투자는 선물을 팔고 현물을 매수하는 등 금융투자의 플레이는 복합적”이라며 “이에 비해 투신은 비교적 명확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장주에서 자동차 등 경기민감 업종으로 넘어오고 이게 소재산업으로까지 매기가 퍼지는 시장 변화를 염두에 두고 경기가 좋아진다는 전망에 베팅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미국 대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해소되고 있고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시기라는 점도 기관의 매수전환 배경으로 꼽힌다 .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확신할 단계는 아니지만 미국 대선에서 윤곽이 보이다 보니 기관이 패시브 투자를 늘리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을 수 있다”며 “추석이 끝난 뒤 국내 시장엔 더 이상 긴 연휴도 없고 4분기 배당 수익을 내려는 목적일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