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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 교역을 활성화할 아이디어로 구상한 ‘작은 교역’이 시작하기도 전에 논란이 휩싸였다. 통일부가 사업 승인을 검토 중인 북한 기업 중 하나가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라는 틀 안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는 취지 아래 추진하던 것이었다. 북한의 술, 남한의 설탕 등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닌 물품을 선정하고, 교역 방식도 현금이 일절 들어가지 않는 ‘물물교환’을 택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20일 국가정보원이 북측 교역 상대인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대북 제재 대상인 북한 노동당 39호실 산하 외화벌이 업체로 추정된다고 공식 확인하면서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24일 통일부 역시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에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와의 거래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통일부는 ‘사업을 철회한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①“철회”vs“아니다”…정보위 의사소통 과정상 ‘해프닝’
통일부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통일부는 ‘철회’라는 발언을 한 바 없다”며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북측 계약 상대방인 여러 기업들 중 하나인 바, 통일부는 해당 기업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남북 물품 반출입승인을 신청한 기업과 계약 내용 조정에 대해 협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철회”라는 단어는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보위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나온 단어이다. 국가정보원 등 정보기관을 감사하는 정보위는 여타 위원회와 다르게 회의 자체가 전면 비공개이다. 이 때문에 통상적으로 여·야 간사가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에게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을 전달해준다.
이 과정에서 통일부가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에 대해서는 승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통일부는 ‘결정’된 것을 되돌린 것은 아니므로 ‘철회’는 아니라고 강조한 셈이다.
②美변호사 “물물교환 만으로는 대북제재 벗어나기 힘들어”
이번 사업은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로부터 대북 제재 면제를 받지 않았다. UN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는 인도적 지원·단체들에 대해서는 심사를 통해 대북 제재를 면제해주고 있다. 북한으로 건너가는 다양한 물품들이 이같은 방식으로 건너간다. 그러나 이번 사업은 애초에 대북 제재 대상이 되지 않는 물품과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았다는 보호막이 없는 만큼 통일부의 자체적인 검증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③“검토 중인 사안…승인 안 났다”
북미 관계가 당장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문재인정부는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통해 교착상태를 풀어보려고 하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서훈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최종건 외교부 1차관 등 외교·안보 진영을 대대적으로 개각한 것 역시 이같은 의도를 담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부로서는 정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과 ‘그러지 못한 것’을 구분해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국내외에 보여줘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통일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철회가 아니다”라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선 이유다.
통일부 내에서는 이번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애초에 반출 승인을 내린 후, 해당 기업이 대북 제재 기업이라는 것이 밝혀졌으면 모를까 아직 검토 중인 사안이 공론화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샀다는 것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반출 승인에 대한 검토하는 과정에서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제재 위반 사항이 있는지 다양한 검토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제재 대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승인을 거부하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다른 북한 기업들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