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렌트카 업체 허츠(Hertz)와 미국 셰일업체 화이팅페트롤리엄은 미국 시장에서 주가가 각각 115%, 152% 올랐습니다. 같은 날 백화점 체인 JC페니 역시 장외시장에서 96% 가량 오르는 기염을 토했죠. 최근엔 상승폭을 되돌리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저점보다는 주가가 높은 상황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파산보호를 신청한 종목이라는 점입니다. 파산을 신청한 종목들이 급등하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요즘 미국에서도 수수료가 저렴한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의 어플을 통해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데, 전문가들은 이들의 투기적 수요가 이런 막장 주식으로까지 몰렸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 개미들의 ‘묻지마 투자’에 혀를 끌끌 차고 있죠.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개미들의 베팅엔 나름의 상식적이고 합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파산보호를 신청한 이들 기업이 실제로 파산엔 이르지 않으리라는 굳은 믿음이죠.
이들의 믿음엔 나름 근거가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미국 정부가 벼랑 끝에 있었던 자동차 산업을 구제했기 때문입니다. GM 역시 이때 가까스로 살아납니다. 미국 정부가 495억달러의 공적자금을 지원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들의 믿음이 보답 받기는 어려울 겁니다. 기업은 살아남아도 기존 주주들이 살아남긴 어려울 테니까요. 챕터11을 신청하게 되면 나스닥이나 뉴욕증권거래소가 요구하는 상장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시장 퇴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GM이나 델타항공의 경우 챕터 11 신청 이후 상장폐지됐죠. 이후 재상장에 성공했지만 기존 주주들의 지분은 대부분 날아간 후였습니다. 회생 과정에서 회사가 낸 손실을 같이 부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일반 주주의 희생을 요구하는 감자 등이 추진되고 합니다.
이렇듯 파산 기업에 몰리는 개인들의 모습은,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두려워했던 우리 자본시장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돼 있습니다. 단순히 ‘불개미’라고 매도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