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美주식형 펀드”…올들어 3639억 유입

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비대면 관련주 'FANGMAN' 인기
7개 기업 연초대비 시총 15% 증가
  • 등록 2020-05-27 오전 1:30:00

    수정 2020-05-27 오전 1:30:00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북미 주식형 펀드가 코로나19로 인한 패닉장에서도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순자산 1조원대의 ‘공룡 펀드’가 등장하는가 하면, 투자자의 요구를 반영한 대형주 중심 상품이 출시됐다. 공모 펀드 전반의 부진과 대비한 흐름이 눈길을 끈다.

26일 펀드 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이날 기준 북미 주식형 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에는 올해 들어 3639억원이 유입됐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국가별 유형 중 가장 많은 자금을 흡수했다.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는 중국 주식형 펀드에서 5390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한동안 인기 있었던 베트남 주식형 펀드에서도 554억원이 유출됐다. 이는 코로나19로 증시가 요동치고, 도시가 봉쇄되는 기간에도 마찬가지였다. 공포가 극에 달했던 지난 2~4월 동안 북미 주식형 펀드에는 2835억원이 흘러갔다.

대부분을 얼라이언스번스틴(AB)자산운용의 ‘AB 미국 그로스 증권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이 받았다. 연초 이후 2954억원이 설정되면서 순자산 1조원을 돌파했다. 룩셈부르크에 설정된 ‘AB 아메리칸 성장형 포트폴리오’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한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우량 대형 성장주 40~60개 종목에 투자하는데, 높은 총자산이익률(ROA)과 예상이익성장률 등 성과 예상지표를 검토하고 상향식 리서치를 통해 장기 성과를 이어갈 수 있는 기업의 지속적인 발굴을 목표로 한다. 상위 보유 종목을 보면 3월 말 기준 마이크로소프트(7.68%), 알파벳(구글)(6.59%), 페이스북(4.91%) , 아마존(4.75%) 등을 담고 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업계에서는 자금이 북미 펀드로 쏠리는 이유를 미국이 코로나19 이후 다시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에서 찾는다. 또 장기간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는 미국 증시에 대한 경험, 언택트 산업을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지시간 3월23일 2237.40까지 미끄러졌던 대형주 중심의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은 두 달여 만에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적인 유행) 이전 수준인 3000선에 가깝게 올라왔다. 특히 비대면 관련주로 꼽히는 나스닥지수 내 ‘FANGMAN’ 즉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7개 기업의 독주가 돋보인다. 시가총액 비중은 2016년 28%에서 현재 40% 넘게 늘어났다. 이들의 시가총액은 연초 대비 15% 증가했지만 7개 기업 제외 시 나스닥 시가총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같은 흐름을 타고 KB자산운용은 미국의 대표적인 우량기업에 선별투자하는 KB미국대표성장주펀드(주식형)를 지난 25일 출시하기도 했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았다. 북미 주식형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운용순자산 10억원 이상 펀드 기준)은 -1.47%다. 손실이 났지만 해외주식형 펀드 평균이 -6.06%인 점을 감안할때 선방했다. 국가별로 봐도 가장 손해를 덜 입었다. AB 미국 그로스 주식형 펀드는 평균을 상회하는 수익률 3.61%를 기록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미국 성장주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포착된다”면서 “투자자들이 미국 정책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베팅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목표물가 2%, 자연실업률 5% 기준인 테일러준칙을 통해 추정할 수 있는 미국 적정금리는 현재 -6%로, 연내 마이너스를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것도 현재의 시장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정나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10년 평균 미국 S&P500 지수 구성 종목들의 매출 약 45%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등 미국 투자를 통해 세계 경제에 간접 노출이 가능하다”면서 “기축 통화인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효과도 있어 위기 시 자산 가치를 방어하는 기능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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