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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쏟아지던 러브콜에 요지부동이던 그가 몸을 움직인 건 21대 총선이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의 삼고초려에 마침내 결단을 내린 것이다. 다만 80대 노정객인 김 위원장의 마지막 정치나들이는 실패로 막을 내렸다. 총선 직전만 해도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참패였다. ‘더불어민주당 180석(더블어시민당 포함) vs 미래통합당 103석(미래한국당 포함)’ 역대 총선 최악의 격차다. 김 위원장은 총선 전날인 14일 서울 종로 마지막 유세에서 “나이 80살에 왜 선거에 뛰어들었느냐. 이 나라의 장래가 너무나 한심하기 때문”이라고 울먹였지만 패배를 막지 못했다.
“김종인 영입 안했으면 더 크게 참패” 통합당 설왕설래 만발
다시 말해 김 위원장이 재기불능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보수진영에서 볼 때 여전히 쓰임새와 활용 폭이 크다. 보수진영의 환골탈태와 중도층으로의 외연확장을 위해 김 위원장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과거 김 위원장의 정치적 영향력은 막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좌클릭과 문재인 대통령의 우클릭을 이끌면서 대선승리를 지원했다. 김 위원장이 보수정권에서 정치를 시작한 데다 경제민주화 설계자로 상징되는 중도개혁의 이미지를 갖췄기 때문이다. 보수가 최악의 위기상황이라는 점에서 ‘김종인’만한 히든카드도 없다. 보수에 기반을 둔 합리적 중도의 이미지를 갖춘 김 위원장이 선두에서 반성과 혁신을 주도할 경우 통합당의 이미지 쇄신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설에 ‘노코멘트’…통합당 쇄신 넘어 야권재편의 핵으로 부상?
김 위원장의 구원등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보수진영 안팎에서 솔솔 흘러나오는 것도 이때무이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 주도의 보수진영 대수술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향후 정치지형의 변화에 따라서는 총선 이후 정치권 합종연횡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의중이 야권재편의 핵으로 떠오을 가능성르 배제할 수 없다. 통합당 비대위원장 역할을 넘어 공룡여당인 민주당에 맞설 야권재편을 주도하는 큰 그림을 그리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아울러 과거처럼 유력 대선후보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 속에서 차기 대선 킹메이커로서의 영향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김종인 비대위원장 카드’와 관련, “나쁘지 않다. 김종인 위원장의 개혁 방향이나 콘텐츠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개혁이란 게 완급조절을 하면서 결국 바뀔 때까지 끌고 가는 노련한 조련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제는 나이도 많고 자기 중심적이며 고집이 강한 캐릭터”라면서 “김종인 위원장의 캐릭터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통합당에서 전권을 주기가 두려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