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첫 걸음 뗀 무용저작권 논의, 결과로 이어져야

작년 말 삼고무·오고무로 논란 촉발
무용, 저작권법상 '무용저작물' 인정 안돼
첫 토론회, 삼고무·오고무 논쟁 이어지기도
"무용계 내부 움직임과 계속 맞물려야"
  • 등록 2019-09-21 오전 6:10:00

    수정 2019-09-30 오후 1:32:11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2019 무용계 발전을 위한 국회 연속토론회’(사진=장병호 기자).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무용계는 작년 12월 예상치 못한 저작권 논란으로 들썩였다. 이매방(1927~2015) 명인의 전통춤 삼고무·오고무가 저작권에 등록되면서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붙었다. 저작권을 등록한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 측은 삼고무·오고무가 창작춤임을 강조하며 저작권을 주장했다. 반면 이매방 명인의 제작들은 삼고무·오고무 또한 넓은 의미에서 전통춤이기에 저작권은 철회해야 한다며 맞섰다.

9개월이 지난 지금도 이 논란은 좀처럼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논란과는 별개로 무용계에서는 그동안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무용 저작권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생겨났다. 그 첫 걸음으로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2019 무용계 발전을 위한 국회 연속토론회’가 열렸다. ‘무용저작물 규정의 필요성과 저작권 등록의 개선방안’을 주제로 마련된 이날 토론회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무용계가 저작권 문제를 좀 더 큰 틀 안에서 해결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댄 첫 자리로 의미가 컸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무용과 관련한 보다 명확한 저작권 규정이 필요하다는데 생각을 같이 했다. 무용은 희곡이나 악보가 기록으로 남는 다른 예술장르와 달리 공연되는 순간 형태가 사라지기 때문에 저작권을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렇기에 무용 저작권을 판단할 수 있는 보다 정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현행 저작권법에서 무용 저작권이 제대로 인정받기 힘든 맹점도 있었다. 저작권법 제4조에 따르면 무용은 ‘무용저작물’로 규정돼 있지 않고 연극·무언극과 함께 ‘연극저작물’로 포함돼 있다. 발제자로 나선 심정민 무용평론가는 “무용이 저작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안무적 짜임새를 갖추고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공연예술이라는 인식 아래 ‘무용저작물’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무용계 저작권 논란을 불러일으킨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 관계자도 토론자로 참석했다. 주최 측은 “무용 저작권을 직접 등록해본 만큼 무용 저작권에 대한 보다 건설적인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유족 측 관계자를 모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 관계자는 토론에 할애된 시간을 삼고무·오고무와 관련한 논란을 언급하는데 할애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어 또 다른 토론 참가자가 반박에 나서면서 토론회 분위기가 잠시 무거워지기도 했다. 삼고무·오고무 논란이 무용계에 남긴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토론회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도 참석해 무용인의 의견을 함께 청취했다. 무용계는 토론회에서 모인 의견을 바탕으로 입법 등의 절차를 통해 무용 저작권 규정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 멀다. 발제자로 참석한 이호신 한성대 크리에이티브 인문학부 교수는 “무용 저작권 문제는 입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무용계 내부 움직임과 맞물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용계가 어렵게 만든 자리였지만 참관인이 저조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이제 첫 발을 뗀 무용 저작권 논의는 구체적인 결과물을 낳을 때까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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