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바이오 3연타 악재에…VC들 '주름살' 못펴네

코오롱, 에이치엘비바이오, 한미약품 악재 잇따라
제넥신, 압타바이오 등 VC 투자업체 주가도 내리막길
바이오 악재에도 산업 성장성은 여전, VC 베팅 지속
  • 등록 2019-07-05 오전 6:10:00

    수정 2019-07-05 오전 6:10:00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연달아 터지는 ‘바이오 악재’로 벤처캐피털(VC) 업계에 적색등이 켜졌다. 높게 책정되는 기업 가치와 비교적 쉬운 기업공개 조건으로 바이오·제약 업체들이 VC들의 주요 투자처로 자리잡은 탓이다. VC들은 시장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바이오 산업의 성장성은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악재 3연타에 제약·바이오 업황 암운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128940)은 지난 3일 글로벌 제약사 얀센(Janssen)이 한미약품이 수출한 비만·당뇨치료제(HM12525A)의 권리를 반환했다고 공시했다. 얀센은 최근 한미약품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은 비만 및 당뇨치료제 HM12525A으로 두 건의 비만 환자 대상 임상 2상을 진행한 결과 당뇨를 동반한 비만환자의 혈당 조절이 내부기준에 미치지 못해 결국 기술을 한미약품에 반환했다.

지난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최종 확정했다. 지난 3월 미국 임상 과정에서 종양 유발 우려가 있는 ‘신장세포’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코오롱생명과학(102940) 관계사 코오롱티슈진은 증권신고서에 인보사 관련 허위기재 문제로 상장 폐지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에이치엘비(028300)가 위암 치료제 신약 ‘리보세라닙’ 임상 3상 결과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 신청을 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에이치엘비, 에이치엘비생명과학(067630)을 비롯한 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고 이에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임상 실패가 아닌 지연일 뿐이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작성하며 진화에 나서야 했다.

VC 투자 업체도 주가 하락세, 우려의 목소리 나오기도

제약·바이오 업계에 악재가 잇따르면서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 심리도 얼어붙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약·바이오주의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KRX 헬스케어지수는 올해 초 3508.66에서 지난 3일 3088.8로 12% 떨어졌다. 이에 따라 VC들이 투자했던 유망 바이오 기업의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툴젠과 합병으로 관심을 모았던 항암 신약업체 제넥신(095700)은 이날 6만3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1월 2일 종가가 7만6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반년 사이 주가가 10% 가까이 빠진 셈이다. 국내 바이오 전문 VC 인터베스트는 지난해 신한금융투자와 함께 프로젝트 펀드를 결성해 제넥신이 발행한 9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에 투자한 바 있다.

지난달 코스닥 시장 상장에 성공한 압타바이오(293780)에도 마이다스동아인베스트먼트·지엠비인베스트먼트·프런티어인베스트먼트 등 다수의 VC가 투자를 집행한 바 있다. 그러나 압타바이오 역시 상장 직후 주가가 하향세를 유지하고 있다.

오는 12일 해당 VC들의 의무 보호예수 기간이 풀려 오버행(대량 대기 매물) 이슈까지 있어 주가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일련의 바이오 악재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압타바이오에 투자했던 VC들은 주가 반등을 기다리기보다는 빠른 차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VC업계에서도 지금과 같은 바이오 악재가 지속적으로 시장을 덮친다면 제약·바이오 업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 비상장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때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울 뿐 아니라 상장 후 투자회수(엑시트)를 통한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VC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VC업계 대표급 인사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주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기대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거래소도 이번 사태를 통해 기업공개 요건을 강화할 수 있어 상장을 통한 엑시트 전략을 짰던 VC들은 차질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과도기의 악재는 필연적 과정” 투자는 계속된다

다만 시장을 덮친 바이오 악재와는 별개로 제약·바이오 업체에 대한 투자를 지속한다는 게 VC들의 입장이다.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바이오 산업을 육성한다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정책자금도 풍부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제약·바이오 기업은 기술 하나로 기업 가치가 수십 배 이상 뛸 가능성이 있는데다 기술특례상장제도 등의 도입으로 IPO를 통한 엑시트도 용이해져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것이 VC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VC들의 투자 자금은 제약·바이오 업체에 쏠려있다. 한국벤처캐피털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VC들의 신규 투자금액 중 의료·바이오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4.6%를 차지했다. 지난 1~5월 누적 투자금액 기준으로는 전체 투자금액의 27.2%가 의료·바이오 업체에 투자됐다. VC들의 투자액의 4분의 1 이상이 제약·바이오 관련 업체에 집중된 셈이다.

이번 기회에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VC 업계 심사역는 “글로벌 제약사라도 임상 3상 성공률은 10%에 미치지 못하는 등 제약·바이오의 신약 개발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VC들은 전임상(동물 상대 임상시험) 등 초기 단계부터 가능성을 보고 단계별로 투자를 진행하는데, 자산운용사 등 ‘여의도 자본’은 막연한 기대감에 투자를 진행해 기업 가치를 과도하게 부풀린 면이 없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VC업계 고위관계자는 “기대감에 기댄 묻지마식 투자가 많았던 터라 기술력 검증 논쟁은 언젠가는 한 번은 불거질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면서 “일련의 사태를 기점으로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투자를 받기 위해 더욱 깐깐한 검증 작업을 거치게 된다면 긴 흐름으로 봤을 때 산업 안정성 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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