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래의 CEO스토리]메모리는 한국? 대만이 독식

삼성전자 日주재원 활동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 파악
대만 업체들 '저용량 메모리'서 선전하는 것 목격
삼성 나와 제주반도체 창업, 메모리 틈새시장서 승승장구
거래처·제품군 다변화 통해 2017년 첫 매출 1000억 돌파
  • 등록 2019-03-16 오전 3:30:48

    수정 2019-03-16 오전 3:30:48

박성식 제주반도체 대표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박성식 제주반도체(080220) 대표의 첫 직장은 삼성전자였다. 일본에서 대학을 나온 박 대표는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일본 주재원으로 활동했다. 1990년대 당시만 해도 글로벌 전자산업을 주도했던 일본. 현지에 있으면 북미와 유럽 등 선진 반도체 동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박 대표는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 미국이 주도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 여기에 대만 중소기업들이 다수 진입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던 것. 이들 업체는 반도체 개발만을 전문으로 하고 생산은 외주에 맡기는 팹리스 업체들이었다. 대기업이 ‘소품종 대량생산’인 고용량 메모리반도체에 주력하는 반면, 대만 팹리스 업체들은 대기업이 채산성이 맞지 않아 생산하지 않는 ‘다품종 소량생산’인 저용량 제품에 주력했다.

이렇듯 대만 팹리스 업체들이 활동하는 저용량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파악해보니 전체 메모리 중 15%나 차지했다. “한국 메모리반도체 연구진이 대만보다 훨씬 우수한데…” 이런 생각을 하던 박 대표는 반대로 “한국 메모리반도체 연구진을 활용해 팹리스 사업을 하면 승산이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메모리반도체 틈새시장을 확인한 박 대표는 국내로 돌아와 곧바로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에도 한국은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를 내달렸던 덕에 관련 연구 인력을 확보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운도 따라줬다. 당시 휴대폰 업계 1위인 노키아와의 거래가 성사된 것. 그 결과 제주반도체는 창업 4년만인 2004년에 매출액이 814억원에 달했다. 이듬해엔 코스닥에도 상장했다.

하지만 이후 주요 거래처였던 노키아가 휴대폰 시장에서 쇄락하면서 제주반도체 역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실적 만회를 위해 나섰던 ‘우드펠렛’(목질계 바이오원료)과 태양광 등 신사업들은 모두 신통치 않았다. 박 대표는 다시 주력인 메모리반도체에서 살길을 모색했다. 휴대폰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 메모리반도체를 만드는 한편, 거래처 역시 노키아에 이어 어려 곳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제주반도체 거래처는 현재 수백 개로 확대됐다. 메모리반도체 제품도 2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제주반도체는 2017년에 매출액 1170억원을 올리면서 사상 처음 1000억원 이상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이듬해 1530억원으로 늘어났다.

박 대표는 현재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실적 하락을 막기 위해 해외시장에 나가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편, 제주반도체는 복권사업자로 선정, 오는 2023년까지 △로또 △연금복권 △인쇄복권 △전자복권 등 동행복권 사업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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